코로나19 벼랑 끝 공연계, 영상으로 돈 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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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지 않은 분야가 없겠지만, 공연예술계가 겪고 있는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사람을 모아놓고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밀집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방역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연기된 가운데, 공연예술계는 공연 영상의 온라인화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연예술 영상화 실험의 성과와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 아프로(the Apro)>가 SBS보도본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커튼콜>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5회에 걸쳐 진행한다. <더아프로>는 국내외 산재되어 있는 공연예술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주요 소식과 현황을 제공해 해외 진출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마련된 플랫폼이며, 팟캐스트 <커튼콜>은 SBS보도본부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연 전문 채널이다.

8월5일자 팟캐스트로 공개된 첫회 토론에서는 <커튼콜>을 이끌고 있는 SBS보도본부 정책문화팀 김수현 선임기자의 진행으로 박병성 '더 뮤지컬' 국장, 윤보미 (주)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조만수 충북대 교수가 참여해 공연예술 영상화의 전반적 현황과 과제를 두루 살폈다. 김수현 선임기자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공연예술계의 생존투쟁을 다룬 "방콕에 지친 당신을 위해"라는 시리즈 취재파일을 50편 가까이 연재 중이다.

(▷시리즈 바로가기)

조만수 교수는 연극평론가이자 남산예술센터 극장 드라마터그, 국립극단 희곡우체국장 등으로 일해 온 연극인이다. 윤보미 대표는 클래식 음악 에이전시 겸 공연 기획, 제작, 유통 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구석 콘서트" 온라인 음악회를 운영해 왔다. 박병성 국장은 뮤지컬 전문 매거진의 편집장을 거쳐 다양한 매체 개발과 문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1시간 넘게 벌인 열띤 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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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보도본부 정책문화팀 김수현 선임기자

김수현 : 1월 말부터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기 시작했다. 각 분야별 상황은 어떤지?

조만수 : 연극의 경우, 국공립 극장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이미 연습이 다 끝난 작품을 그냥 접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까, 기록 남기기 차원에서 공연을 하고 그걸 촬영해 아쉽게 못 만난 관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간에선 지원금 받은 게 시효가 다 되어가니 무관객으로라도 작품을 올릴 수 밖에 없었고, 그걸 온라인화 시키는 작업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보니 질문이 나온다. 연극이라는 게 '대면'이 필수적인 예술인데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이지? 지금까지도 온라인 영상화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면서 누구는 가능성을 보고, 누구는 연극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을 가하는 상황이다.

박병성 : 뮤지컬의 경우도 상황이 비슷하다. 외국에선 <오페라의 유령>이 온라인 영상으로 공개돼 이틀 만에 전세계에서 천만 명이 보기도 했다. 사람들이 공연장에 못 가도 관심은 많은 것 같다. 국내에서는 국공립 단체들을 중심으로, 기록용으로 촬영해 두었던 작품들을 풀면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 왔다. 무관중으로 공연을 올리고 그것을 온라인 영상으로 공개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윤보미 : 클래식 음악의 경우, 온라인 음악회를 보는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못한 게 안타까운 상황이다. 처음 한두 달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들어오지만 흥미 유지가 어렵다. 제작비, 스탭, 기획 등 모든 면에서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박병성 : 코로나 19 이전부터 많은 준비를 거쳐 영상을 공개해 온 영국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 NT)나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와 달리 우리 공연계는 갑작스럽게 온라인 공연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준비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공연예술 영상물에 집중할 수 있는 지속시간이 20분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던데, 흥미 유지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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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성 '더 뮤지컬' 국장

조만수 : 공연이라는 것이 그 내용을 감상하는 면도 있지만, '외출한다'는 의미도 크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집 밖에 나가서, 평소에 하지 않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온라인으로 어디까지 대체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김수현 : 공연장에 간다는 것은 공연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나 자신을 집어넣는다는 의미가 있다. 집에서 영상을 볼 때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요인의 방해를 받는다.

박병성 : 영국 NT Live나 미국 MET Opera Live HD의 경우도, 공연장에서 상영하고, 상영시간 및 중간 휴식시간 등을 공연때와 같게 운영했을 때 관객의 몰입도가 더 높아진다고 한다.

김수현 : 서사가 있고, 드라마와 줄거리가 있으면 집중에 도움이 되더라.

윤보미 : '방구석 클래식' 온라인 공연의 경우, 온라인 관객과 채팅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집중도를 유지한다.

박병성 : '싹 온(SAC ON) 스크린'으로 제작된, 예술의 전당 '늙은 부부 이야기'의 경우 연극 앞부분에 실사 영화를 붙이는 등의 새로운 시도로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다. 카메라도 이전 방식대로 객석에 머물면서 무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배우를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간다. '스테이지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이다.

김수현 : 그러면 기존의 연극과는 다른 장르가 되는 것 아닌지?

조만수 :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피터 브룩, 아리안 므누슈킨 등의 연출가 겸 감독들은 꾸준히 자기 작품을 DVD로 만들고, 무대 공연에서 놓친 여러가지를 영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줬다. 문제는, 우리 상황에서 이런 시도를 위한 경제적 모델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거다. 당장 내년 시즌에 공공극장들의 예산 10% 삭감이 예상된다.

김수현 : 국내에서 공연 영상의 유료화 가능성은?

박병성 : 연극을 영화방식으로 촬영해서 보여준 <혜경궁 홍씨>의 경우, 40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영상을 극장에서 개봉했고, IPTV, OTT로도 넘겼다.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생소해서 오래 걸렸던 거지, 많아지면 가능성도 커질 것이고 투자할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하더라. 다만, 현재 공개된 영상들의 경우 유료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기록용으로 촬영한 경우가 많아 출연자나 제작진의 개런티, 저작권 등 해결 안된 부분이 많다. 지금은 무료지만 유료화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윤보미 : 클래식 음악의 경우 DG 등 서구 탑 브랜드나 국제적 스타들은 유료화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은 작은 로컬시장에서 본격 유료화가 가능한지가 과제다. <방구석 콘서트>의 펀드레이징도 "저희 힘들어요. 좀 도와주세요"의 차원이다. 본격적으로 공연의 댓가를 받는 유료화까지 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김수현 : 취재중 국립극장에 물어보니, 영상을 유료화할 경우 얼마를 받아야 되는지도 고민스럽다고 하더라.

조만수 : 마방진의 <리어 외전> 같은 사례를 보면, 온라인 영상 공개를 통해 노출이 늘어난 것 자체도 성과다. 상품 하나만 갖고 경제성을 발생시키는 건 쉽지 않다. 연극의 본령이 무대라면 , 온라인을 통해 확장된 경제 가치가 무대적 가치로 다시 소환될 수 있게 틀을 만든다면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영상 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윤보미 : '방구석 클래식' 공연으로 팬이 늘어난 연주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킨 사례도 있다.

박병성 : 뮤지컬 쪽에선, 해외 공연을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가진 못하고, 대신 영상이 해외에 나간 사례가 있다. 뮤지컬 <랭보>가 공연 대신 영상으로 타이완에 진출했고, <모차르트>도 일본에서 유료로 영상을 상영했다. 6천 엔 정도로 관람료도 상당히 비쌌다. 아이돌급 스타가 출연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상품성이 갖춰지면 글로벌한 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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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박병성 '더 뮤지컬' 국장, (우) 윤보미 (주)봄아트프로젝트 대표

김수현 : 영상이 계속 유통되는 경우 아티스트 등의 불만은 없는지?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그런 이유로 영상화에 소극적이라고 들었는데.

조만수 : 초상권이 보장되고 정당한 댓가가 지불되지 않으면 공연 아티스트는 당연히 불만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연극 공부하느라 DVD를 구해 보면, 유럽 작품의 경우 많지는 않아도 좋은 작품을 영상으로 구해서 볼 수 있었는데 북미 것은 굉장히 어렵더라. 관련 저작권 보호가 북미에서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비교적 신작인 공연작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것이 공연단체의 장기적 수익에 도움이 될지?

김수현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MET Live HD의 경우, 온라인 수익 자체는 크게 늘었지만 오프라인 오페라 극장의 관객이 온라인 라이브로 인해 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면, 영국 내셔널 시어터는 NT Live 온라인 관객도 늘고, 오프라인 관객도 늘었다던데.

윤보미 : NT와 달리 MET오페라는, 직접 가서 보기에는 표값이 너무 비싸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박병성 : 제일 먼저 네이버에 전막 무료로 올라간 뮤지컬이 <팬레터>인데, 초연 때는 무대 관객이 많지 않았다가 네이버에 영상을 푼 이후 공연장 관객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후로는 그런 사례가 늘었다. 전막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으니까.

김수현 : 온라인 공연이 많아지니, 국제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이나 단체, 연주자들의 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팬과 자본이 많은 쪽으로 온라인 관객이 집중되지 않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박병성 : 공연의 영상물이 공연 자체와는 다른, 별도의 콘텐츠로서 만들어질 때 독립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면 좋다. 미국 폭스TV가 영상화한 뮤지컬 <렌트>는 그런 면에서 좋은 사례다.

윤보미 : 지금 상황이 힘들지만,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본인의 관객이 누군지, 내 예술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내가 전할 예술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할 기회다.

김수현 : 영상화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영상에 담길 공연의 내용이 탄탄하게 존재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영상화의 흐름에 따라 공연 자체에도 변화가 있을지?

박병성 : NT live의 경우, 촬영을 감안해 극장 바닥 디자인까지 신경을 쓴다고 한다.

조만수 : 공연이 영상이라는 매체로 옮겨질 때, 그걸 매개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다. 다만, 공연 영상 콘텐츠가 그 자체로서 돈을 벌어주진 못한다 하더라도, 플랫폼 입장에선 콘텐츠를 모은다는 것 자체가 이득이다. 거기에 참여한 개별 예술가도 자기 몫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김수현 : 개인으로서는 대처가 어려울 것이다. 공연계 전반의 합의나 기준, 시스템이 필요하다.

● 이 토론의 전문은 SBS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코너에서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SBS뉴스 홈페이지 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애플팟캐스트, 팟티, 구글팟캐스트 등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됩니다. 유튜브와 SBS뉴스 홈페이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동영상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 유튜브로 영상 보기 

https://youtu.be/yEOJYiM8EBg

● 토론회 제작지원 :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 : 허윤석 / 총괄 : 이현식 / 녹음 : 하지윤 / 촬영 및 편집 : 이홍명, 황현정 / 타이틀 그래픽 : 김신규 / 주최 및 주관 : 예술경영지원센터 ‘더 아프로(The A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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