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 속 '종이 아이스팩'…과연 친환경일까?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최근 몇 달 동안 코로나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 않다 보니까 택배 주문하거나, 또 음식을 시켜서 먹는 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포장 뜯어보면 '친환경 종이 아이스팩'이라는 것을 쓰는 업체들이 많은데, 이것이 이름과 달리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재활용도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냉장 보관 식품 주문 때 함께 배송돼 오는 아이스팩.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이렇게 종이 재질이 많이 사용됩니다.

쓰레기를 처리할 때도 '종이'로 분류해 버리면 재활용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과연 그럴까? 물에 불리자 비닐처럼 보이는 재질의 코팅재가 떨어져 나옵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성분인데 종이가 물에 녹아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된 것입니다.

시중에 흔히 유통되는 '종이 아이스팩' 세 종류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모두 폴리에틸렌 비중이 절반을 넘습니다.

[류정용/강원대학교 제지공학과 교수 : 종이에다가 플라스틱을 녹여서 입힌 게 아니고 필름 상태로 돼 있는 것을 이렇게 붙인 거예요.]

문제는 폴리에틸렌의 비중이 이렇게 높으면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종이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해리 공정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제지 재활용공장 관계자 : 수율(재활용율)에 마이너스 요인들이 발생이 되고 있죠. 그거(종이 아이스팩)를 재활용해서 원료로 쓴다는 것은 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이 돼요.]

미국의 UL 인증기관의 기준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는 전체 무게에서 그 코팅층이 15% 미만이어야만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유통업체도, 종이 아이스팩을 직접 생산한 업체도 현장에서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의 종이 분리 배출 기준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종이 아이스팩 생산업체 관계자 : (재활용) 펄프회사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저희도 뭐 판매를 하지만 어떻게 분리가 되는지는…]

실제로 환경부 가이드라인을 보면 단면 코팅된 종이는 '종이'로 분류해 처리하면 된다고 돼 있을 뿐 폴리에틸렌 등 성분 비중 제한은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재활용 어려운 재질이 규정의 빈틈을 타고 '친환경 종이'로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부는 문제를 시인하고, 이른 시일 내 전문가위원회를 열어 단면 코팅된 종이를 성분 비중에 따라 '종이' 또는 '생활 쓰레기'로 세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장현기, CG : 정현정·이유진, VJ : 오세관·신소영)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