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총리 "야당이 위헌적으로 권력 잡으려 해"


에티오피아 총리가 야당 정치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불확실한 상황을 틈타 위헌적으로 정권을 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녹음 연설에서 "위헌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쥐려는 자들은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아비 총리는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젊은이들이 죽어선 안 된다.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고 가옥들이 파괴돼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2번째 인구 대국인 에티오피아는 오는 8월 총선이 예정된 가운데 아비 총리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광범위한 정치·경제적 개혁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코로나19 사태로 이번 선거를 예정대로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는 10월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이전에 선거가 치러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해 분석가들과 야당 정치인들은 에티오피아에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에티오피아 헌법은 선거 연기에 대한 조항을 담고 있지 않아 아비 정부는 앞으로 합법성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에티오피아 의회 내 하원의원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상원에 선거 연기에 대한 "헌법적 해석"을 요청해 둔 상태다.

야당 정치인들은 그러나 의회에는 집권 여당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법적 해석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도급 야당 인사인 자와르 모하메드는 AFP에 이날 아비 총리의 연설에 대해 "윽박지르고 침묵을 요구하는 위협에 불과하다"라며 "우리는 위헌적으로 권력을 잡을 의도가 없다. 사실 그러려고 하는 것은 총리와 여당"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무장독립 운동을 이끄는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TPLF)은 이번 주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서 독자적인 선거를 치르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을 드높였다.

앞서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석가인 윌리엄 데이비슨은 이번 주 초 에티오피아의 정치적 상황이 "야당이 현 정권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할 충분한 빌미"를 제공한다며 "이는 더욱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안정된 선거로 향하는 길은 주요 야당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있다. 이는 아비 정부가 야당과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7일 현재 비교적 적은 숫자인 16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늘어나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비 총리는 지난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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