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져버렸다" 끔찍한 기억, 형제복지원 피해는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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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단속반

형제 복지원 피해자들은 퇴소 후에도 끔찍했던 학대의 충격을 트라우마로 안고 현재의 삶을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오늘(27일) '부산시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담긴 그들의 현재 삶의 모습은 정부 차원 진상조사와 피해 지원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연구용역 심층 면접에 참여한 '면담 참여자 21'은 최근에도 마치 형제복지원 안에 있는 것으로 착각해 깜짝 놀라 잠을 깨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습니다.

'면담 참여자 7'은 "지금도 누가 뒤에서 덮칠까 봐 방문을 바라보며 잔다"면서 "문을 닫으면 누군가 문 앞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티브이를 끄거나 어두우면 못 잔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나 자신을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면담 참여자 8은 "내가 깨져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면담 참여자는 자신을 "불량품의 삶"이라고 표현하거나 "나를 잃었다, 내가 깨져버렸다"고 자책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성 학대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고, 동성에 의한 성 학대를 겪은 참여자는 동성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면담 참여자 3'은 "(남성을) 스치기만 해도 싫었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나이 든 사람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나고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면담 참여자 9는 퇴소 후 극단적인 시도를 몇 차례나 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후유증에 1회 이상 극단적인 시도를 한 피해자는 조사대상 149명 중 절반을 넘는 51.7%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생 자살 시도 비율이 2.4%인 것과 비교해 스무배가 넘습니다.

형제 복지원에서의 삶이 '분노 장애'를 유발해 이후 직장과 가정에서의 삶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면담 참여자 9는 "내가 안 맞으려면 내가 때려야 했다"라면서 "분노 장애가 만들어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비협조적이거나 반말을 한다든지 할 때는 구타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은 사회적 배제와 낙인, 자책감 속에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면담 참여자 4는 "형제 복지원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죄를 짓고 들어가는 것처럼 되는 인식이 있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면담 참여자 10도 "사회에 나와서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게 약점이 될 수 있다. 남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이야기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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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형제복지원 수용자 신상기록 카드

연구팀 조사 결과 장애가 있다는 비율은 피해자 32.9%로 조사됐고, 일하지 못해 수급자 비율인 사람도 45%가 됐습니다.

각각 일반 국민의 6배, 13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연구팀은 설문에 참여한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북부 우간다 내전을 경험한 지역사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피해자를 위한 사회적 지지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기적인 상담, 집단 상담, 자조 모임 운영 등 직접적인 심리지원을 위한 전문인력과 외부자원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형제복지원 치료기금'을 마련하고,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의 보존과 추모를 위한 공간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형제복지원과 유사한 다른 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용역, 부산사회복지연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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