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은 지난해 말 중국이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를 국제사회에 처음 보고한 지 111일째 되는 날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집계에 따르면, 우리시간 20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 세계 2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6만5천여 명이 숨졌습니다. 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6.8%에 달합니다.
이 가공할 만한 전염병은 세계 각국 정상들의 지지율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태 정상화까지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중간 성적표'라는 표현조차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까지 주요 국가 정상들의 지지도 변동을 살펴봤습니다.
● 유럽 국가 정상들 지지율 '급등'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지율이 가장 많이 오른 정상 중 한 명은 독일 메르켈 총리입니다. 4월 2일 독일 공영방송 ARD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업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3%였습니다. 한 달 전 조사 때 같은 응답(35%)보다 무려 28%p 오른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지난 달 53%에서 이번 달 64%로 11%p 상승했습니다. 이 사이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했고, 대국민담화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국민들에게 협조와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집권당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의 지지율도 38%까지 뛰어올랐는데, 이는 201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반(反)난민 정서를 이용한 극우정당의 부상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2018년 10월 기독민주당 대표직을 사임하기도 하는 등 은퇴 위기에까지 몰렸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금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 모양새입니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지만, 치명률은 3.2%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크게 올랐습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4월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13%p 오른 46%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2월 이후 최고 지지율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이탈리아의 콘테 총리는 지지율이 71%로 조사됐고, 덴마크 프레데릭센 총리의 지지율도 79%까지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공포감 속에 정부를 중심으로 뭉쳐 대응하려는 '결집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 美 트럼프 지지율은 '횡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짝 상승세를 탔다가 다시 주춤하는 양상입니다.
4월 13~15일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신뢰한다는 응답 36%보다 많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46%가 지지했으며, 51%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한 달 전 조사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선거전문매체 '538'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월 12일 42.3%를 시작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3월 28일 45.8%로 취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4월 16일에는 44.3%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16일 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1.4%로 나타났습니다.
● 日 아베·브라질 보우소나루 '하락'
반면, 일본 아베 총리와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이 4월 10~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0.4%로, 2주 전인 3월 26~28일 조사 때보다 5.1%p 떨어졌습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43.0%였습니다. 아베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의 4월 11~12일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월 21~22일 조사 때보다 2.3%p 하락한 39.0%였고,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2%p 상승한 44.3%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긴급사태 선언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응답은 각각 80.4%와 82.9%로 조사됐습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악의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브라질 대형 투자회사 XP인베스치멘투스의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이페스피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8%, 보통 27%, 부정적 42%로 나왔습니다. 이 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30%를 밑돈 것은 처음입니다.
다른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33%, 보통 25%, 부정적 39%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가 된다는 답변은 51%에 달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는 이른바 '냄비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지금의 지지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빠르게 치솟은 지지율은 조그만 실수에도 언제든 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상승세를 이어갈지, 다시 하락세로 꺾일지, 하락세에서 반등을 보일지, 앞으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