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의 휴대폰 해킹 사건의 전말을 엿볼 수 있는 대화가 공개됐다.
20일 디스패치는 하정우와 해커가 나눈 카톡 대화를 입수해 보도했다.
하정우는 지난해 12월 휴대전화가 해킹돼 신원 미상의 해커로부터 약 한 달간 협박을 받았다. 이 사실은 지난해 1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을 '고호'라고 소개한 협박범은 지난해 12월 2일 하정우의 휴대폰을 해킹했다며 개인 정보 유출을 빌미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카톡 메시지를 통해 "하정우씨 휴대폰,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모두 집적 해킹한 겁니다. 제가 금전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합의보시면 모든 자료는 깨끗이 폐기하겠습니다. 하정우 씨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으로 알고있습니다. 서로에게 유리한쪽으로 협상합시다."라고 제안했다.
하정우는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 하루 뒤 협박범은 "저의 목적은 금전이고 합의 보시면 모든 자료는 폐기처분합니다. 그리고 두번 다시 다른 목적으로 연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를 한번만 믿어주시고 다시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
협박범이 보낸 자신의 자료(신분증 사본, 금융 기록, 지인과 주고받은 사진, 문자 등)를 들여다본 하정우는 유출을 막으면서 해커를 잡기로 결심했다. 하루 뒤 협상을 종용하는 해커와의 대화를 재개한 후 상대 정보 파악에 나섰다.
하정우에게 요구한 돈은 15억 원. 하정우는 약 한 달간 해커와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 사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협박범을 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었다.
협박범은 돈을 받기 위해 요구 금액을 낮추기도 했지만 하정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를 여유롭게 다루며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다. 이 과정에서 하정우는 농담을 섞어가며 상대를 다루는 능숙함까지 보였다. 특유의 대범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말투, 이모티콘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 사건은 하정우만 연루된 것이 아니었다. 협박범은 하정우를 비롯한 연예인 8명의 핸드폰을 해킹해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의 연예인은 금전을 건넸고 그 금액은 총 6억 1,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는 협박범에게 금전을 건네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하정우의 도움을 받아 일행의 추적 및 검거에 성공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일 해커 일당 2명을 구속기소했다. 하정우를 협박한 범행의 총책 '고호'는 중국을 통해 빠져나가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약 3개월 간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 클라우드를 해킹해 개인적인 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중국 수사당국과 공조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