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 총 312만여 명이 오늘(16일) 온라인으로 개학했습니다.
초등 1∼3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 총 400만 명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원격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접속이 불안정했던 원격교육 플랫폼은 오늘 곳곳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원활하게 접속이 이뤄져도 저학년은 부모가 수업과 과제를 봐줘야 하는 탓에 학부모들은 '부모 개학'이라며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오늘 고 1∼2학년 90만4천여 명, 중 1∼2학년 89만8천여 명, 초 4∼6학년 132만3천여 명이 원격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 학년 아래 학생들이 증감 없이 진급한 것으로 가정해 추산한 수치입니다.
이들 학년 학생들은 원래 3월 2일이었던 개학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지 45일 만에 새 학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지난 9일 먼저 온라인 개학한 중3·고3은 85만8천6명이었습니다.
오늘 원격수업에 참여한 인원은 총 398만5천여 명에 달합니다.
중3·고3이 먼저 온라인 개학한 지난 한 주보다 원격수업 접속 인원이 약 4.6배 많아졌습니다.
오늘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당국이 제공한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가 접속 오류를 일으킨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상당수 학급의 교사·학생들이 수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우려했습니다.
학생들이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e학습터 서버 터졌다", "e학습터 안 되니까 선생님이 복구될 때까지 자습하라고 문자 보냈다", "출석 체크도 못 하고 있다" 등의 불평이 오전 내내 잇따랐습니다.
EBS 온라인클래스에서도 EBS 강의 영상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접속이 튕기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는 교사와 학생이 학습 자료를 주고받는 데 주로 쓰이고, 학생이 EBS 강의를 시청했는지 교사가 체크할 때도 이용됩니다.
KERIS가 제공하는 학급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위두랑'은 오전에 오류가 발생해 KERIS 측에서 아예 프로그램을 닫았습니다.
학생·교사·학부모들은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가 지난 한 주 내내 접속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느냐"면서 "교육 당국은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중3·고3이 온라인 개학했던 지난 9일, 13일, 14일에 1∼2시간씩 접속 오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e학습터 역시 14일에 일부 지역 학생들이 로그인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접속 오류 때마다 담당 기관은 "16일 대규모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접속 방식을 바꾸거나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해왔습니다.
EBS 측은 지난 14일 "온라인클래스에 최대 3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고, KERIS 측은 "e학습터에서 최대 500만여 명이 '뛰어놀'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접속 문제에 관해 EBS는 "현재까지 모니터링에서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KERIS는 "일부 지역에서 잠깐 접속 지연이 있었지만, 접속 오류는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클래스팅' 등 민간 업체가 만든 원격수업 플랫폼도 오늘 접속 지연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접속이 원만했던 학급·가정에서는 원격수업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 나왔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원격수업은 학생의 부모·조부모 등 보호자가 옆에서 학생의 수업 참여를 일일이 봐줘야 하는 탓에 사실상 '부모 개학', '조부모 개학'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보호자까지 원격수업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학생이 출석 체크조차 어려운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원격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잘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수업을 듣다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우려해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하지 않고 '단방향 콘텐츠·과제 제공형'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하루치 과제를 1시간여 만에 끝내고는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들 원격수업인데 숙제는 내가 해야 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공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학원에 보내야 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