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 지표 일제히 악화…재정 건전성 괜찮을까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폭이 역대 최대로 커지고 적자 비율이 10년래 최고를 나타낸 것은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정부가 470조 원 규모의 '슈퍼예산'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2016~2018년 3년간 이어져 온 초과 세수 호황이 막을 내리고 지난해 5년 만에 '세수 결손'이 발생해 나라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벌써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 소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재정건전성 지표가 더 악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재정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오늘(7일) 정부가 발표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54조4천억 원 적자를 봤습니다.

적자 규모가 1년 새 무려 43조8천억 원 늘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둬야 하는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를 뺀 것으로, 정부 살림살이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0년 이후 최대였습니다.

직전 최고치였던 2009년 금융위기 때(-43조2천억 원)보다 10조 원 많습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기로 하면서 지난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42조3천억 원(추경 기준)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재정 적자를 나라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에 견줘보면 -2.8%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이후 10년 만에 최대입니다.

보통 재정 적자 비율이 GDP 대비 ±0.5% 이내이면 균형 재정 수준으로 봅니다.

작년에는 통합재정수지도 2015년(-2천억 원) 이후 4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습니다.

2018년 31조2천억 원 흑자였다가 지난해 12조 원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2009년(-17조6천억 원) 이후 10년래 가장 큰 규모의 적자입니다.

10조 원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970년 공표 이후 1998년(-18.8조), 1999년(-13.1조), 2009년(-17.6조) 등 3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매우 드문 일입니다.

당초 정부의 지난해 통합재정수지 목표(추경 기준)는 1조 원 흑자였으나, 작년 편성한 본예산 및 추경 예산의 이월·불용 최소화를 독려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0.6%로 2009년(-1.5%)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재정 적자가 쌓여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국가채무도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D1)는 728조8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조3천억 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1%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 적자가 확대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방 교부세 10조5천억 원 정산에 따른 지출 증가를 꼽았습니다.

아울러 세수 결손과 세수 증가세 둔화도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세수는 기업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으로 정부가 애초 계획한 것보다 1조3천억 원 덜 걷혀 2014년 이후 5년 만에 세수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 등을 볼 때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걱정할 수준이 전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2018년 기준, 40.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9.2%) 대비 3분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입니다.

그러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함께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저성장으로 세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고령화 등으로 복지 지출 규모가 늘면서 국가채무는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상반기에 벌써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재정건전성 지표가 더욱 악화할 전망입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기준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4.7%) 이후 처음 4%를 넘어섰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올라섰습니다.

각각 '심리적 마지노선'인 '3%'와 '40%'를 돌파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3년까지 GDP 대비 3%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에 GDP 대비 40%대에 도달한 뒤 2023년까지 GDP 대비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계획은 벌써 어긋났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앞으로도 정부가 추경을 추가로 편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기업과 개인이 전방위로 큰 타격을 입어서 올해 국세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채무 증가속도를 예의주시하며, 건전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출 구조조정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당분간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재량지출 의무 감축, 관행적인 보조금·출연금 전면 정비 등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2차 추경안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 대신 기정 예산의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필요한 부분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재정수지적자,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서 이를 제어할 재정준칙 마련이 시급하다"며 "재정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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