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동성로를 오가는 시민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대구에 발생한 지 꼭 한 달이 흐른 18일.
하루 수십만 인파가 오가던 동성로에서 깊은 침체기를 벗어나려고 기지개를 켜는 움직임이 조용히 시작됐다.
드물긴 해도 행인 발길이 이어지고, 경쾌한 리듬의 최신 음악이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화장품 매장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봄 단장을 고민하는 쇼핑객 잡기에 나선 의류매장 쇼윈도에 설치된 마네킹은 화사한 옷과 장신구로 한껏 멋을 냈다.
불룩하게 배가 나온 장바구니 여러 개를 어깨와 손에 나눠 들고 바쁘게 걷는 금발 외국인도 보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로 나선 청년들이 근래 주말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다만, 아직 제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동성로 곳곳에 새겨진 생채기가 여전히 깊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나붙은 영업시간 단축 안내문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소비 위축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줬다.
폐업한 상점에는 철거용역업체와 폐기물처리업체가 연락처가 어지럽게 나붙었다.
이른 오전부터 가게 문을 연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21)은 "사람 구경하기가 여전히 어렵다"며 "어제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쟁통에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는 서문시장 상인들은 사상 처음으로 임시휴업까지 한 기억을 뒤로하고 활기를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동인구가 여전히 많음에도 상인들은 오전 10시부터 장사 준비를 시작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몇몇 상인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무료함을 달랬다.
대부분 손님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지 가게 앞 인도로 나와 수시로 좌우를 살폈다.
'손님이 언제 오나'하는 심정에 애가 타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듯했다.
아직 매대 덮개를 걷지 않은 채 휴업 중인 상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청과상회 앞에서 과일을 고르던 정모(71)씨는 마스크를 쓴 입을 한 손으로 가린 채 꽤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정씨는 "설 연휴 이후 서문시장에 처음 나왔다"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려고 했지만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나오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상황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금 지나자 정씨처럼 시장을 찾은 사람이 점차 늘었다.
시장 골목과 주차장에서 장바구니를 든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시장 한쪽에서 생선을 손질하던 이모(58)씨는 "그나마 손님이 좀 늘었다"며 엷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저번 주까지 장사하지 않다가 이번 주부터 가게 문을 열었다"며 "그래도 하루에 손님 10여명이 찾아온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경기가 좋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생활한복점을 운영하는 김모(77)씨도 "한 달 동안 문을 닫았다가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 이번 주에 문을 열었다"며 "매출이 여전히 바닥이지만 그래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