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정치개혁연합'(가칭)의 참여를 저울질하는 정당들 내부의 기류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응할 묘수가 필요하다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방식이 또 다른 '비례정당' 창당이 되어야 하느냐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치열합니다.
내부 파열음도 터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연합정당 참여를 물밑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녹색당은 오늘(4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을 통해 "정치전략적 목적의 명분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는다"며 "당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합의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입장문은 당내 '연합정당 참여'에 반발하는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녹색당이 연합정당 참여를 '유보'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녹색당의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이 정치개혁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직에서 사퇴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녹색당은 하 위원장의 연합정당 참여가 당 차원의 참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정의당 역시 물밑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심상정 대표는 연합정당 참여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미래한국당의 '꼼수'를 답습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다만 당원들의 의견은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합정당에 대한 찬반 의견과 함께 민주당이 연합정당 대신 '비례대표 무공천' 방침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의당은 내부 대책회의 등을 통해 시민단체들과 민주당의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합정당을 어떻게 만든다는 것인지, 미래한국당처럼 의원 꿔주기를 하는 등 꼼수를 적용한다는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다만 연합정당이 그런 꼼수가 되지 않는 방법이 있을지 여러가지로 따져봤는데 아직은 안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민주당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한 당 대표 회동도 요청한 상태입니다.
김종대 수석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1일 심 대표가 이 대표에게 이 문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지만 아직은 답변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들어온 회동 제안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민주당은 연합정당과 관련한 당내 논의의 '공식화'를 보류하면서 물밑에서 계속 상황을 저울질 중입니다.
당 핵심 인사들은 연합정당 참여에 긍정적이지만, 소수정당·시민사회·당내 여론의 추이 등을 주시하며 일단 공개적으로는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성환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의 입장이 어떨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시기"라며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사안의 성격이 만만치 않지 않나"라고만 말했습니다.
다만 당 핵심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비공식적인 모임들을 통해 의원들이 나누는 의견들을 살펴보면, 참여 쪽을 긍정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방침이 결정되면 비례대표 후보들에게도 잠시 당적을 옮겨 출마한 뒤 당선돼 복귀하는 방안은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합정당'을 고리로 촉발된 진보·개혁 진영의 논쟁이 한 흐름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친민주당'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일단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웠지만, 다른 시민단체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참여연대·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시민단체 연합체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어제(3일)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스스로 해산하고,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조국 사태에 이은 '연합정당' 토론 과정에서 진보·개혁진영의 분화 양상이 재연되는 듯한 느낌"이라며 "이 흐름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연합정당 창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치개혁연합 창준위는 5개 시도당 창당을 포함한 창당 절차를 오는 10일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오는 16일까지 비례대표 공천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민주당 등 정당들이 이번 주 내에는 참여를 결단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