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돈줄 묶인 쿠바, 부채 상환 '허덕'


미국의 제재와 베네수엘라 위기 등으로 쿠바의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쿠바 정부가 부채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쿠바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벨기에, 영국, 프랑스, 일본, 스페인 등 6개국에 갚기로 돼 있던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쿠바는 이들 국가를 포함한 14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 지난 2015년 부채 재조정에 합의했다.

당시 파리클럽은 부채 상당 부분을 탕감해주고 남은 채무는 만기를 연장하거나 투자 프로젝트로 바꿨다.

쿠바는 지난해 총 8천200만달러(약 933억원)를 상환하기로 돼 있었는데 이들 6개국에 3천200만∼3천300만달러가량을 갚지 못했다고 AFP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리카르도 카브리사스 쿠바 부총리는 파리클럽에 서한을 보내 오는 5월까지는 밀린 빚을 꼭 갚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권국들은 지난해의 채무 미상환이 잘못된 선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AFP에 "갚겠다고 말은 하지만 계획이 없다. 신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올해 초에 만났을 때 카브리사스 부총리는 패배주의적인 어조였다"며 "그렇지만 그는 쿠바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절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쿠바는 1986년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쿠바는 1962년 미국의 금수 조치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정권에서 화해 무드가 조성되며 금수 해제 기대감도 높아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권 취임 이후 다시 제재가 강화했다.

미국이 특히 쿠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던 관광업을 집중적으로 옥죈 결과 지난해 쿠바로의 관광객 유입이 전년도보다 9.3% 줄었다.

10년 만에 첫 감소세였다.

또 미국의 압력 속에 각국이 쿠바 의사를 본국으로 잇따라 돌려 보내면서 의사 파견으로 취득하던 외화도 줄었다.

우방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도 쿠바에 영향을 미쳤다.

베네수엘라로부터 들여오던 값싼 석유가 막히면서 쿠바는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채 상환은 물론 외국 기업에 대한 대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쿠바 경제학자 오마르 에벨레니 페레스는 AFP에 "파리클럽과의 합의가 정치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겠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쿠바 정부가 경제 개혁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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