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부실 대응' 국가 배상책임 2심서 불인정…법원 "인과성 부족"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로부터 감염돼 사망한 환자의 유족 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는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지만,2심은 '부실한 대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이주현 부장판사)는 메르스 '104번 환자' A 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이와 함께 B 씨 등 또 다른 메르스 환자 5명과 그 형제가 같은 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1심과 결론이 같습니다.

A 씨와 B 씨 가족은 모두 2015년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그곳에 입원해 있던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됐습니다.

A 씨는 이날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자녀를 데리고 응급실을 찾았고, B 씨 등은 암 투병 중 상태가 악화해 응급실에 입원한 다른 가족의 간병과 문병을 위해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14번 환자는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기폭제가 돼 '슈퍼 전파자'로 불렸습니다.

A 씨는 같은 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18일 만에 숨졌습니다.

B 씨 등 일가족도 6월 6∼1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한 명이 6월 14일 숨졌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과 보건당국의 미흡한 대처로 메르스에 걸렸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역학조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재단과 국가가 유족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1번 환자에서 14번 환자를 거쳐 다수의 환자로 메르스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국가의 과실이 A 씨의 감염과 사망이라는 결과에 배상 책임을 질 만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4번 환자에 대한 확진과 역학조사의 경우 A 씨와 접촉한 5월 27일 이후 이뤄졌으므로, 충분한 역학조사가 이뤄졌다고 해서 A 씨에게 메르스의 조기 진단과 치료 기회가 주어졌으리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유족 측은 국가가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명 등을 즉각 공개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의료진의 개인적 피해나 병원의 손실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병원명을 공개함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야기되거나 의료계의 사기가 저하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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