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 빌려준 '관세음보살'…서울 중구청 직원이 행한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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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서양호(오른쪽) 서울 중구청장

공무원이 선뜻 빌려준 5만 원이 극한 상황에 처한 이의 삶을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약수동 주민센터 정은이 주무관은 관내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하던 지난해 10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조사 대상자 중 연락이 통 닿지 않던 A씨였습니다.

A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다짜고짜 "요금 미납으로 휴대전화가 정지돼 전화기를 빌려서 걸었다"며 "지금 당장 5만 원이 없어서 휴대전화를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정 주무관은 그 자리에서 "급한 일부터 해결하시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만 원을 A씨에게 보내줬습니다.

며칠 뒤 5만 원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온 A씨의 사정은 딱했습니다.

이혼 후 30여년간 식당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실직했고 30만 원인 월세는 8개월째 밀린 상태였습니다.

수입이 없어 라면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다가 극단적인 시도도 두 차례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연을 들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섰습니다.

다행히 A씨는 기초수급대상에 해당해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구청 사회복지과는 일자리를 알아봐 줬고 A씨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 업무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이달 말부터는 월급 120만 원을 받습니다.

구는 앞으로 A씨가 월세를 아낄 수 있도록 다른 주택을 물색해 줄 방침입니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5만 원을 선뜻 내줘서 감사드린다. 덕분에 희망을 가지게 됐다. 살아있는 부처가 따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행의 주인공 정 주무관은 "A씨가 희망을 갖고 새 삶을 살게 돼 기쁘다. 5만 원이 이렇게 큰 보람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고 뿌듯해했습니다.

구는 최근 정 주무관의 행동을 민원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해 시상했습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지원할 것이 없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용 정지가 풀린 A씨의 휴대전화에는 정 주무관의 이름이 '관세음보살님'으로 저장됐습니다.

(사진=서울 중구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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