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사실상 독자 파병…국익에 미·이란과 관계 따져 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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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의 사실상 '독자 파병' 카드를 선택한 것은 미국은 물론 이란과의 관계까지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입니다.

정부는 청해부대의 작전 해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해 우리 군 지휘하에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도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합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 항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청해부대를 배치해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독자 파병' 형태로 결정한 것은 외교적 상황을 두루 따져 내린 결론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고,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해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는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결국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자 파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도 한국이 자국 선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독자적 군사 활동에 불만을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란은 한국 결정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자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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