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친절한 경제] "할머니처럼 살래요"…'오팔 세대'에 꽂히다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6일)은 우리 경제, 특히 소비 분야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특정 세대 얘기를 갖고 오셨네요. 오팔세대라고요. 이분들 어떤 분들인가요?

<기자>

네. 먼저 '오팔세대' 뜻을 말씀드리면요. "활동적인 인생을 계속 이어가는 노년층"이란 뜻의 영어 구절 첫 자들을 이은 말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탄생한 신조어인데요, 굳이 O, P, A, L 오팔이란 단어로 연결한 이유가 있겠죠.

오팔은 지금 화면에 나오는 알파벳에 입힌, 바로 저런 희뿌연 빛깔의 준보석입니다. 평생 쌓인 경험과 지혜를 지닌 노년층을 모든 보석의 빛깔이 은근히 다 담겼다고 하는 오팔에 비유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58년 개띠 베이비붐을 전후한 세대란 뜻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른바 '신중년'이라고도 합니다.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해마다 연말에 이듬해 한국의 경제 문화를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를 뽑습니다. 바로 이 오팔세대가 2020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신생산층이자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꼽혔습니다.

<앵커>

이 오팔세대 신중년이 과거의 50~60대와 어떻게 다른 건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먼저 이 오팔세대의 어떤 특징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분들을 같이 한번 보시죠.

[매일 출근하는 지적인 여자의 옷이에요. 자기처럼 날씬하고 키 큰 사람은 명품이 필요 없어.]

지난 10월에 '밀라논나' 밀라노 할머니란 별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해서 2개월 만에 20만 구독자를 모은 장명숙 씨입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우리나라의 첫 밀라노 유학생이었고요. 86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했던 분입니다.

재밌는 것은 자신의 경력을 나누는 68세 신생 유튜버에 열광하는 20만 명 대부분이 20~30대 젊은이들이란 겁니다.

[장명숙/'밀라논나' (패션 컨설턴트) : 극기훈련하듯이 살았어요. 그래서 젊어지고 싶지도 않고, 부러운 것도 없어요. 나이 드니까 24시간이 내 것이라 너무 좋아요. (유튜브는) 모르는 거니까, 도전. 내가 하고 싶은 거, 이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좋잖아요.]

또 69세 유튜버 차산 선생은 박일환 전 대법관입니다. 역시 지난 1년 동안 무료 법률상담으로 4만 3천 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앵커>

설명을 해 달랬더니 인터뷰를 해 온 걸 보여주셨는데, 은퇴할 나이에도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분들이다. 이런 얘기인가요?

<기자>

네. 방금 보신 대로죠. 여전히 체력이나 의욕은 젊은이들 못지않고 경제적, 정신적인 여유와 경험은 훨씬 넉넉한 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이 세대의 특징입니다.

58년 개띠를 전후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일단 전쟁의 참상을 겪지 않았고요. 고도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낸 데다 현대적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첫 세대입니다.

이들이 시니어층이 되니까 먹고살기 바빴던 젊었을 때는 엄두를 내지 못한 나 자신의 충족감과 성취에 몰두하는 도전적인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탈피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첫 세대이기도 하고요. 전에 여기서도 한 번 보여드렸는데요, 2018년 라이나전성기재단 설문조사를 보면 결혼한 자녀의 집에 거의 안 간다는 응답이 30%에 육박했고요.

오프라인 - SBS 뉴스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이 절반 이상, 그다음이 배우자, 자녀, 그리고 부모형제입니다. 며느리나 사위는 반려동물에도 한참 못 미쳤습니다.

며느리나 사위를 아끼지 않는다기보다 자녀의 독립된 삶을 인정하고 나한테 집중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첫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소비 시장에서도 요즘 이 오팔세대들이 이른바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일단 사람이 많아요. 전체 인구에서 5060 세대가 3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IT 기술에 이들이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몇 년간 온라인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구매층입니다.

젊은 사람은 적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이들의 구매력이 커지는데요, IT에까지 익숙해지다 보니 성장잠재력이 여전히 가장 큰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요새 유명 브랜드들이 잇따라 60~70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아예 시니어 모델을 뽑고 시니어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는 게 그만큼 이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이향은/성신여자대학교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대입니다. 지금 전 세대 중에서 가장 왕성한 탐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것이 소비로 이어지게 되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 이 세대는 이런 분들만 있는 게 아니죠. 가치관이나 경제적 여유에서 그 어느 세대보다도 세대 안 격차가 크다는 게 이 세대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그동안 노년층의 빈곤이나 은퇴 준비 부족이 더 주목돼 온 건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죠.

정부 정책이나 시장이 이런 세대 안의 간극, 복잡성을 유념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 세대고요. 그게 2020년의 숙제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친절한 경제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