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이 위암 유발하는 메커니즘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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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핵(청색)을 싸고 있는 USF1(녹색)과 p53 단백질(적색)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은 위에 헬리코박터균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어릴 때 이 병원균에 감염되지만, 대다수 감염자는 수십 년간 아무런 증상 없이 잊고 지냅니다.

문제는 일부 헬리코박터 감염이 위암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위암의 90%는 헬리코박터 감염에서 비롯되고, 이런 유형의 위암에 걸려 매년 약 80만 명의 환자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가 이끈 다국적 연구진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상태에서 위암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분석해, 조기 진단과 치료 약 개발에 도움이 되는 '생물표지(biomarker)'를 발견했습니다.

USF1으로 불리는 이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위암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관련 논문은 저널 '소화관(Gut)' 최신 호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엔 파스퇴르 연구소 외에 프랑스의 CNRS(국립과학연구센터)와 렌 대학 1, 이탈리아의 피렌체대, 멕시코의 IMSS(사회보장연구소) 등의 과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17일(현지시간) 파스퇴르 연구소가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진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촉발돼 위암으로 이어진 유전자 돌연변이의 염기서열을 먼저 해독했습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세포의 DNA 불안정성이 핵심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을 먼저 파헤친 것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이전의 연구에서, p53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를 축적해, DNA 파괴와 DNA 수리 시스템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유전체의 수호자(guardian of the genome)'로 통하는 p53은, 유전체 내에 심각한 훼손이 생겼을 때 세포 주기(cell cycle)를 일시적으로 멈춰 충분한 DNA 수리 시간을 확보하게 합니다.

이런 p53이 비활성 상태에 빠지면 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렌 대학 1의 '유전학·발달 연구소' 과학자들은 앞서, DNA 손상이 발생했을 때 p53는 USF1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을 되찾고, DNA 수리와 관련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시험관에서 진행된 세포주(cell line) 실험에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세포핵의 USF1 수위를 낮출 뿐 아니라 위치도 재배치하는 게 관찰됐습니다.

그러면 주변 세포의 USF1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세포핵에 USF1/p53 복합물(USF1/p53 complexes)이 생성되는 걸 차단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p53는 제 기능을 상실하고, 감염 세포에 종양 유전자의 변이가 축적돼 암세포로의 변형이 촉진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세포핵의 USF1 결핍이 p53의 작용을 억제하는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위암의 발달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런 결과는 동물의 체내 실험에서 거듭해 확인됐습니다.

예컨대 USF1이 결핍된 생쥐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유발된 염증이 더 심했고, USF1과 p53 수위가 모두 낮은 위암 환자는 예후가 더 나빴습니다.

따라서 위암 종양 조직의 USF1 수위 변화는, 위암 환자의 나쁜 예후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파스퇴르 연구소의 한 연구그룹 리더는 "USF1의 결핍이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암 발생을 가속한다는 걸 최초로 입증했다"라면서 "USF1이 위암 취약성을 보여주는 잠정적 생물 표지이자 위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표적이라는 걸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Lionel Costa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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