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자국의 극심한 경제난과 사회 혼란을 피해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주민 2만1천여 명에게 한꺼번에 난민 자격을 인정했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법무부에 따르면 브라질에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주민 2만1천432명이 전날 난민 자격을 인정받았다.
브라질 법무부 산하 국립난민위원회(Conare)는 지난 6월부터 베네수엘라 주민에 대한 난민 자격 심사를 진행해 왔으며, 베네수엘라에서 인권 침해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난민 신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국민 엑소더스(대탈출)' 사태가 벌어진 이후 브라질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로 난민 자격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인의 난민 신청은 6만1천681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75%를 차지했다.
올해 1∼9월 난민 신청은 5만8천800여건이며, 이 가운데 베네수엘라 출신이 3만9천345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이티(9천995건)와 쿠바(3천90건), 중국(1천252건), 방글라데시(56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베네수엘라 난민이 밀려들면서 국경 지역에서는 두 나라의 범죄조직이 연루된 마약 밀거래가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경찰은 지난 10월 중순 북부 호라이마 주 파카라이마 시에서 베네수엘라인 30명을 마약 밀거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범죄조직 프라나토 소속으로 알려졌으며, 브라질의 대형 범죄조직 PCC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미성년 난민 문제도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5월부터 11월 21일 사이 베네수엘라 어린이와 청소년 529명이 국경을 넘어 입국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13∼17세로 알려진 이들은 보호자 없이 홀로 국경을 넘은 뒤 215㎞ 떨어진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 주의 주도(州都) 보아 비스타 시까지 걸어서 이동하고 있으며, 보아 비스타 시에 설치된 난민 수용시설은 포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HRW는 나이가 너무 어려 국경을 넘지 못한 어린이도 상당수라면서 이들에 대한 긴급대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