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0일 북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 후 기념사진 찍는 한 가족
'쉿! 영화 관람 중 핸드폰은 잠시 꺼주시길 바랍니다.' 영화관에서 자주 보던 이 표어를 북한에서도 마주치게 될 전망입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26일자는 '전화를 할 때의 예의 도덕' 기사를 통해 전화상 적절한 인사표현과 응대법을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예절을 안내했습니다.
특히 "손전화기(휴대전화) 이용에서도 예의 도덕을 잘 지켜야 한다"며 '휴대전화 에티켓'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띕니다.
민주조선은 "회의장 등에서 휴대전화 소리를 울려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과 "버스를 비롯한 공중 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는 것"은 비도덕적 행동이라며 지양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화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못해도 오가는 한마디의 말과 억양을 통해서 그 사람의 사상 정신적 수양 정도와 도덕적 풍모를 충분히 엿볼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과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한국의 휴대전화 예절 캠페인과 닮았습니다.
1998년 삼성전자는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끄거나 진동으로 바꿀 것을 권유하는 '휴대폰 공해방지 캠페인'을 전개했고, 2005년 서울시 교육청도 관내 학교들에 '학생들의 휴대폰 예절 지키기' 전단을 배포했습니다.
1999년에는 항공기와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도 휴대전화 보급률이 크게 늘면서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사용으로 빚어지는 불편이 잦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IBK 북한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600만 명에 달하며,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의 가입률은 50∼70%에 육박합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공식적인 이동통신 가입자 외에 중국 쪽에서 들여온 핸드폰을 사용하는 주민들도 있어 실제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시공간성에서 자유로운 기기인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재조직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휴대전화 사용 후발주자인 북한은 더욱더 빠른 발전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