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신기원 연 김환기…"세계시장이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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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가 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가격에 판매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국내 미술품 사상 최초로 경매 낙찰가 100억원 돌파가 기대됐던 '우주'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단숨에 130억원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미술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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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작품 가운데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우주'는 경매 출품 당시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1971년 완성 후 경매 시장에 처음 나온 데다 예술성, 희귀성을 모두 갖춰 낙찰가 100억원 돌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습니다.

그동안 많은 미술계 '큰손'들이 손에 넣고자 했고, 경매사들도 이 작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경매에서도 국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시작가는 약 60억원(4천만 홍콩달러)이었으나 추정가 상단인 95억원 선을 순식간에 넘고 100억원마저 돌파했습니다.

현장에 묘한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전화로 참여한 두 입찰자 간에 치열한 경합이 벌어져 가격은 132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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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최고가 낙찰 장면 (사진=케이옥션 제공)

일각에서는 홍콩 정세 불안 등으로 낙찰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기우였습니다.

별을 상징하는 푸른 점들로 캔버스를 가득 채운 '우주'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완성된 뉴욕 시대 대표작입니다.

김환기 특유의 점화 중에서도 정신적, 기술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단계의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김환기는 1970년께 얇은 서예 붓으로 수묵화를 그리는 기법으로 전체 화면에 점을 찍는 전면점화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타계할 때까지 캔버스를 내려다보면서 한 점씩 찍어나가는 작업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로 인해 척추신경이 손상될 정도였습니다.

'우주'는 김환기 전체 작품 중 가장 폭넓은 푸른 색조를 사용한, 가장 큰 그림입니다.

'환기 블루'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푸른빛은 김환기를 대표하는 색입니다.

작가가 남긴 유일한 두폭 그림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합니다.

작가의 추상화 가운데 완전한 원형 소용돌이 형태가 나타나는 드문 작품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우주'를 가장 귀한 작품을 소개하는 20세기&동시대 미술 부문 '하이라이트 이브닝 경매'에 올리고 별도 도록도 제작하는 등 공을 들였습니다.

이날 경매에는 김환기를 비롯해 요시모토 나라, 산유, 자오우키, 후지타 등 아시아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여럿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주'와 이날 경매 최고가인 398억6천만원(2억6천6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산유의 '다섯 명의 나부'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우주'는 프리뷰 전시장에서도 산유 작품과 마주 보는 부스에 전시됐습니다.

그만큼 이번 경매에서 김환기와 '우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그래서 이날 경매 결과가 더욱 중요했습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는 직전 기록보다 무려 47억원 뛰었습니다.

기존 기록은 김환기의 1972년작 붉은색 전면점화가 지난해 5월 기록한 85억3천만원(6천200만 홍콩달러)이었습니다.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47억2천만원에 팔린 푸른색 전면점화 '19-Ⅶ-71 #209'를 시작으로 김환기 작품은 지난 4년간 한국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7차례나 다시 썼습니다.

이날 '우주' 경매 결과를 포함하면 국내 미술품 판매가 상위 10위권이 9위 이중섭 '소'(47억원)를 제외하고 모두 김환기 작품으로 채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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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1971년작 '우주'(Universe 5-IV-71 #200)가 23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사상 처음으로 낙찰가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날 경매 전까지 10위였던 박수근 '빨래터'가 11위로 내려갔습니다.

미술계는 김환기의 약진으로 한국 미술이 세계시장에서 더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어려운 시기에 절대 가치를 인정받은 쾌거로, 한국 대표작가 김환기가 국제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상징적인 액수 100억원을 돌파한 김환기 작품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100억원대를 깨는 한국 작가가 나왔으면 하는 미술계 염원이 있었는데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며 "그동안 작품성에 비해 국내 작가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반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도 "앞으로 한국미술이 국내외에서 다시 한번 더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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