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도 "사퇴해!"…'14년 독재' 볼리비아 대통령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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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볼리비아를 14년 가까이 통치해온 모랄레스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무리한 정권 연장 시도에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이 겹쳐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김수형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대통령 :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통령 사직서를 볼리비아 의회에 제출할 것입니다.]

TV로 발표된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소식에 볼리비아 시민들이 환호합니다.

[볼리비아! 볼리비아!]

[볼리비아 반정부 시위 참가자 : 우리는 자유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독재자를 물러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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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볼리비아 국민들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3주간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습니다.

여당 소속 여성 시장이 시위대에 붙잡혀 머리카락을 잘리고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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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소속 여성 시장, 시위대에 머리카락 잘리고 '페인트 봉변'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은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미주기구에서 볼리비아 대선 결과를 감사한 뒤 명백한 조작이 있어 선거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발표한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습니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군과 경찰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했습니다.

지난 2006년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남미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좌파 성향 정책을 펼쳐 인기를 끌었지만, 개헌을 통해 4선까지 임기 연장을 시도하다 국민적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좌파 성향의 쿠바, 멕시코, 베네수엘라 정부와 최근 석방된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등이 모랄레스를 공개 지지했지만 실각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에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물론 반정부 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있는 칠레까지 남미의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정식, 영상편집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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