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곳곳 휩쓰는 반정부 시위 물결…'新 아랍의 봄'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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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바논 반정부 시위 현장

최근 레바논과 이라크, 이집트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동시 다발로 전개되는 것이 2011년 중동에서 번진 '아랍의 봄'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레바논에서는 이달 17일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12일 만에 사드 하리리 총리가 29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시위대에 항복했습니다.

레바논 시위는 정부가 스마트폰 메신저 앱에 하루 230원 세금을 부과한다는 발표에 항의하며 시작됐고, 점차 실업과 부패에 대한 반발로 의제가 확산했습니다.

앞서 이달 1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라크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거세져 대규모 사상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라크 시위대도 실업난과 공공 서비스 부족에 대한 불만을 분출했습니다.

어제(29일) 하루만 경찰 발포로 18명이 숨졌다는 보고가 나오는 등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250명에 이릅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달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례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권위주의 통치를 펼치는 시시 대통령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제한하고 경찰력을 대거 배치해 시위를 원천 차단했지만, 수도 카이로와 북부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에서 산발적으로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이들 3개국 시위의 공통점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난 등 생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민생고를 해결하지 않고 권력을 독점하며 부를 불리는 정치권의 부패도 청년층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아랍권의 연쇄 시위는 8년 전 중동권을 휩쓴 '아랍의 봄'을 연상시켜 '신 아랍의 봄'이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번 중동 시위는 청년층이 주축이며, 정치·종파 갈등보다는 민생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2011년 아랍의 봄과는 일부 차이를 보입니다.

서방 역시 2011년 아랍의 봄이 내전이나 쿠데타 등으로 귀결된 '학습효과'에 따라 시위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동 시위가 제2의 아랍의 봄으로 전개될지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중동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시위는 2011년 민중봉기가 미완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징표로 볼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습니다.

당시 권위주의 통치자에 압제에 저항했지만 자유를 쟁취하지 못했고, 사회 문제도 그대로이거나 더 악화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분노와 좌절감은 언제든 대규모 시위로 표출할 수 있다고 BBC는 진단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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