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 '미탁'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은 수해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산사태 대책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사태 위험 정도에 따라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위험 등급 책정도 허술하고, 또 정확한 실태 파악도 못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G1 홍서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태풍 미탁에 산사태가 발생한 강릉 도심의 한 야산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지 열흘이 넘었지만, 시뻘건 속살을 드러낸 채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참하게 무너진 이 야산의 경우 산림청 산사태 정보시스템에서의 안전 등급은 5등급, 다시 말해 무너질 위험이 없다고 평가된 곳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야산, 사면 곳곳이 패었고 쌓아 놓은 포대가 흙이 쓸려 내려오는 것을 간신히 막고 있습니다.
이곳 역시 산사태 등급은 3등급, 위험이 낮다고 평가된 지역입니다.
[이인자/강릉시 교동 : 안전하다고 못 보지. (평가가 안전하다면) 제대로 안 됐지. 이번에 보니 얼마나 놀랐는지 간이 콩만 해졌잖아.]
산림청이 산사태의 위험이 낮거나 없다고 본 지점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사태 위험 등급이 높은 곳은 어떨까.
이번 태풍에 산사태 피해가 컸던 삼척시 근덕면의 한 야산입니다.
이곳의 안전 등급은 2등급으로 무너질 위험이 높은 곳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집중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 지역'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지난 2013년부터 1, 2등급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취약 지역을 지정하고 사방사업 등 재해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산이 적어 조사 자체가 늦어지면서 재해 예방 대책도 더디다는 것입니다.
강원도의 경우 조사 대상 2만1천여 곳 중 2천7백여 곳만 조사돼 10곳 중 9곳은 아직 조사도 못 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 산림청에서 조사가 필요한 대상지를 13만9천 개소 정도를 뽑아는 놨는데 예산이나 이런 한계 때문에…]
결국 반복되는 태풍과 집중호우에도 대책도 없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어 애꿎은 주민들만 해마다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