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오르기 전에"…늘어나는 임대사업자 자진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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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동산 업계와 국토교통부, 서울 주요 구청에 따르면 다음 달 24일부터 임대사업자가 임대 의무조건을 지킬지 못할 경우에 부과되는 과태료가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사업자 등록 말소 건수가 늘고 있습니다.

임대사업자 폐업과 등록 말소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최근 들어 과태료가 오르기 전에 등록 임대주택 일부를 매도하거나 아예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기하려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입니다.

현행법상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 내 주택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임대료 인상 등 의무조건을 지키지 못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임대사업자끼리 등록 임대주택을 사고팔거나 해당 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과태료가 면제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과태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올해 1월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신청이 한 달 간 95건에 달했습니다.

이후 지난 5월에는 월 37건으로 줄었으나 7월 66건, 8월 72건으로 다시 증가 추세입니다.

이달에도 추석 연휴가 있었지만 16일까지 36건이 말소됐습니다.

송파구 관계자는 "최근 등록 임대주택을 일반 수요자에게 매도하고, 자진해서 등록 말소 신고와 과태료를 납부하러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도 지난 1월에 87건을 기록한 뒤 3월에는 29건까지 줄었으나 7월 들어 다시 72건으로 늘고, 추석이 있던 이달에도 16일까지 28건이 접수됐습니다.

강남구의 경우 올해 들어 9월 현재까지 총 1천324건이 신규 등록됐는데 말소 건수가 총 433건으로 등록 건수 대비 32.7%에 이릅니다.

마포구도 올해 1월 28건이던 말소 건수가 3월 11건으로 감소한 뒤 7월에 다시 27건, 8월에는 3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9월 현재 접수 건수도 22건으로, 연중 최대치인 40건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마포구 관계자는 "과태료 3천만원에 대한 부담이 커서인지 최근 임대사업자 말소 문의와 신청 건수가 확실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다음 달 24일 과태료 상향 전에 임대주택을 팔고 자진 말소 신고를 하겠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세무 상담도 늘고 있습니다.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하거나, 임대사업등록에 따른 종부세·양도세 감면 혜택이 적은 경우, 오피스텔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 등에서 주로 등록 말소를 검토 중이라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임대사업자 간 등록 임대주택 거래가 어려운 것은 9·13대책 이후 청약조정지역 내에서 주택을 신규 취득한 경우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종부세 합산 배제 등 핵심 세제 혜택을 배제한 때문입니다.

임대사업자가 다른 임대사업자 주택을 매수할 경우 임대의무기간은 서로 승계가 되지만 세제 혜택은 승계되지 않는 것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종부세 등 세제 혜택이 없기 때문에 다른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도 신규 매수는 그림의 떡"이라며 "사정이 급한 임대사업자들은 과태료 인상 전에 팔겠다며 매도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한 번 등록하면 과태료를 물지 않고 집을 매각할 방법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어차피 임대사업자가 임대 기간 내 해당 주택을 처분하면 임대사업 기간에 누렸던 취득세나 종부세·양도세 등 각종 감면 혜택 금액을 다시 지자체와 국세청 등에 반환해야 하는데, 과태료 부담마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태료가 3천만원으로 뛰면 경제적 문제로 불가피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에도 쉽게 자산을 처분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며 "기존 임대사업자 주택을 양도받는 경우 세제 혜택도 승계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그러나 임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가 원칙인 만큼 사전에 이를 염두에 두고 사업자 등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쉽게 등록, 폐업할 경우 임차인 보호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며 "다만 현재 임대사업자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인 만큼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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