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피해자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려다 8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면 이를 강제추행죄의 형량을 따질 때 참작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42살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2018년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직장동료인 29살 여성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히고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피해자 A씨는 이씨의 집에서 벗어나려다 8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지만, 검찰은 이씨의 추행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준강제추행치사'가 아닌 '준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했습니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이씨의 선고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 요소로 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형법은 선고형을 결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을 반드시 참작하도록 합니다.
1·2심은 "피해자 사망은 형법이 정한 양형 조건인 범행 후의 정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형벌 가중적 양형 조건으로 삼아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이례적인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한 겁니다.
이씨는 "선고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피해자가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 사망 결과와 추행 범행이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하급심 양형 판단이 옳다고 결론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