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협정 3년만에…옛 반군 2인자 "다시 무기 들겠다"


콜롬비아 정부와 옛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3년 만에 과거 FARC의 2인자가 다시 무기를 들겠다고 선언했다.

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평화협정 당시 FARC 측 협상가였던 이반 마르케스(본명 루시아노 마린)는 이날 인터넷에 공개한 30분가량의 영상에서 "제2의 '마르케탈리아' 시작을 전 세계에 알린다"고 말했다.

마르케탈리아는 1950년대 FARC가 처음 탄생한 지역이다.

영상에서 마르케스는 국방색 옷을 입고 20여 명의 무장 대원들과 나란히 서서 콜롬비아 정부가 3년 전 쿠바 아바나에서 체결한 평화협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로드리고 론도뇨(일명 티모첸코)에 이어 FARC 2인자로 꼽혔던 마르케스는 "우리가 아바나 협정에 서명한 것은 가장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정부는 시민의 목숨을 지키고 정치적인 살해를 막는다는 가장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협정 이후 400명 이상의 사회운동 지도자와 150명의 반군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바나 협정을 어긴 정부에 대한 응답으로 반군의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며 "우리는 이념적으로 결코 패배한 적 없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남동쪽 국경의 아마존 지역에서 촬영됐다고 주장한 영상 속엔 마르케스와 더불어 헤수스 산트리치(본명 세우시스 파우시아스 에르난데스)와 에르난 다리오 벨라스케스 등 옛 FARC 지도부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콜롬비아 최후의 반군으로 불리는 민족해방군(ELN)과 연합하겠다며 경찰이나 군인이 아니라 "부패하고 폭력적인 소수 집권층"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보안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마르케스의 세력이 2천2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1964년부터 시작된 반군과의 유혈 충돌로 반세기 동안 17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콜롬비아에서는 오랜 협상 끝에 지난 2016년 11월 정부와 FARC가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평화를 향한 새 전기를 맞았다.

협정을 이끈 후안 마누엘 산토스 당시 대통령은 그해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1만3천 명으로 이뤄진 FARC는 무장을 해제하고 해산했고 FARC는 똑같은 약자의 정당으로 변신했다.

론도뇨가 그대로 정당을 이끌고 일부 지도부가 의석을 받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마르케스도 상원 의석을 받았으나 지난해 정부가 평화협정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취임을 거부했고, 이후 조카가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돼 미국에 넘겨지자 행방을 감췄다.

산트리치도 지난달 법정 출두를 앞두고 잠적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들이 베네수엘라에 도피했다고 의심해 왔다.

이날 영상이 공개된 후 론도뇨는 트위터에 "많은 어려움과 위험 속에서도 여전히 FARC 대다수는 협정을 준수한다"며 "우리는 평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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