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컬링 대부' 김경두 씨 사위, 공식 행사 참석…현장 복귀 시도하나?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여자 컬링팀 '팀킴'에 대한 갑질 파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던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의 가족과 측근들이 공식 행사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 활동을 재개하려는 정황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피해자인 선수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장반석 전 감독과 김경석 전 사무국장이 취임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다.

어제(13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김재홍 컬링연맹 회장 취임식. 김경두 전 부회장의 사위인 장반석 전 평창올림픽 혼성팀 감독과 김 씨의 동생인 김경석 전 중고연맹 사무국장이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장 전 감독이 컬링연맹이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팀킴이 지도자 가족의 전횡을 폭로한 뒤 처음입니다. 현재 장 전 감독은 장인인 김경두 씨와 함께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입건된 상황입니다. 또, 파문이 일어난 뒤 중고연맹 사무국장에서 물러났던 김경석 씨는 신임 심판위원 선임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전 국장의 경우 정부 감사에서 드러난 비위는 없지만 컬링계 일각에선 '김 씨를 시작으로 그 일가가 현장에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 말뿐인 사퇴…김민정 전 팀킴 감독은 소송 중

김경두 씨가 사과문을 발표한 건 김씨 일가에 대한 정부 감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김 씨는 '상처를 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저와 저의 가족은 이 시점부터 컬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김 씨의 딸인 김민정 전 평창올림픽 여자팀(팀킴) 감독과 그의 남편, 장 전 감독은 사퇴하지 않았고, 경북체육회로부터 월급을 받아 간 사실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 [단독] "컬링계 떠나겠다"던 김경두 가족, 월급 계속 받았다

김민정 감독은 지난해 1월 불성실한 근무 등을 이유로 경북체육회로부터 면직 처리됐지만, 이에 대해 불복하고 '직권면직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지난해 12월 김경두 씨의 사과문

장 전 감독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여전히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공식 초대를 받고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냐"고 묻자 "새 회장님 취임식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 씨와 김 씨는 취임식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재홍 신임 회장이 "연맹 간부가 아닌 사람은 나가 달라"는 말에도 현장에 남아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 "김 씨 일가의 현장 복귀 수순 아니냐" 의혹 제기

김경석 씨는 신임 심판위원 내정자로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의 컬링 관계자는 "심판위원장이든 심판위원이든 선임하겠다는 게 현 집행부 의지"라며 "김경석 씨는 국제심판으로서 자격과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지만, 아직 김경두 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급하다. 또 장반석 씨와 동석한 건 오해를 살만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취임식에 참석한 복수의 컬링인들은 김 씨가 장 씨와 함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김 씨 일가의 현장 복귀 수순'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 참석자는 "강상원 신임 부회장에게 전화와 카톡으로 초대받았다"며 "참석자 대부분 연락받고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장 전 감독이 초대도 없이 대구에서 왔겠냐"고 추측했습니다. 취임식에 앞서 오찬 모임이 예정돼 있어 참석 여부를 강 부회장이 확인했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강상원 전북컬링연맹 부회장은 이번 컬링 회장 선거에서 김재홍 신임 회장 측 참모를 맡았고, 현재 신임 연맹 부회장에 내정돼 대한체육회 인준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기자 간담회 중에도 자리를 지킨 장 전 감독과 김 전 국장

강 부회장 내정자는 먼저 "김경석 씨를 심판위원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큰 문제가 없으면 진행하려 하지만 선임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김 씨가 장 전 감독과 함께 취임식에 참석한 데 대해서는 "사무처에서 시도연맹에 공문을 보냈다. 신임 회장님의 탕평과 화합 기조에 맞춰 어느 누구의 참석도 막지 않았을 뿐, 특별히 초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재홍 회장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컬링인들의 이름과 얼굴을 식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면서 "비행을 저질러 국민으로부터 지탄받는 인사를 연맹 간부로 기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팀킴 "수사 결과는 언제 발표되는지…늘 불안하다"

전임 지도자 일가의 취임식 참석 사실을 전해 들은 팀킴은 "충격적이다"는 반응입니다. 선수들은 "그동안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았다"며 "곧 수사 결과가 발표될 거란 설명을 들은 게 벌써 두 달 전이다"며 답답해했습니다. 팀킴의 한 선수는 "6월 수사가 마무리됐다며 국가대표 선발전(지난달 11일 종료)이 끝난 뒤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선수는 "이렇게 흐지부지되고, 문제의 지도자들이 슬그머니 현장으로 복귀하는 건 아닌지 늘 불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할 사항이 있었다"며 "다음 주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