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응 조치' 극력 부인하는 이유…"WTO 맞소송 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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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일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맞대응'이 아니라고 극력 부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지 5일 만에 나온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수출지역을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역시 일본을 한등급 낮은 분류체계에 포함했습니다.

형식상 두 나라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에 우리의 백색국가 조치가 사실상 상응조치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자 브리핑에서도 일본측 조치에 대한 '대응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산업부 당국자는 '맞대응', '상응조치'라는 용어 자체를 쓰기도 꺼렸습니다.

무엇보다 그 이유는 국제사회 여론이나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을 의식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WTO 협정에는 회원국이 위반 여부를 직접 판단해 일방적 무역조치를 취하지 말고 WTO 분쟁해결제도에 회부해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도 이 점을 파고드는 모양새입니다.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발표 이후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 부(副)대신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일본의 수출관리 조치 재검토에 대한 대항조치라면 WTO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내법·국제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다소 거리가 있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향후 정부가 백색국가 제외에 따라 일본에 대해 실질적인 수출제한 조치에 들어갔을 경우 WTO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조치는 (강제징용) 청구권 문제로 경제보복을 한 일본에 대한 부득이한 조치"라면서도 "그렇지만 대일 수출을 제한할 소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팃포탯(tit-for-tat·맞받아치기) 수준의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양국간 소통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 위협을 가하고 특히 한국이 과도하게 반응해 일본처럼 실질적인 수출규제로 확대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 교수는 "똑같이 받아치고 전면전에 나서면 국제사회가 보기에 도토리 키재기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WTO 제소에서 일본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통제 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용한 것을 문제삼으려고 해도 우리 입장을 미덥지 않게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향후 일본을 상대로 WTO 제소 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복잡해지고 경우에 따라 일본의 맞소송 등으로 곤혹스러워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을 해야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백색국가 제외는 맞대응 조치가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일본과 대동소이해 기술적으로 입장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향후 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제도 운용에서 일본과 똑같은 수출제한 조치로 나간다면 WTO 협정상 일본과 외관상 유사하게 돼 자유무역 대의명분을 가진 한국의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일본이 사실상 수출제한을 가한데 비해 정부가 실질적인 수출제한까지 나가지 않는 '여백'을 남긴 것은 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도 현재로선 일본처럼 구체적인 개별 품목을 지정해 일본에 대해 수출제한을 가하는 식으로 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에 관한 고시 개정 의견수렴 기간에 일본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일본과 강대강의 구도를 가져가는 것 같지만 향후 2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 동안 일본에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고 본다"면서 "양국 다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돼가는 만큼 서로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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