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 6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지지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하강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다 다른 사업 부문도 획기적인 회복의 전기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당분간은 지난해와 같은 10조 원 이상의 분기 흑자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발생한 '일회성 수익' 덕분에 전분기보다는 나아졌고,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과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개선 등의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4∼6월 (2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56조 원, 영업이익 6조 5천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5일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전분기 (52조 3천900억 원)보다 6.9% 늘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58조 4천800억 원)에 비해서는 4.2%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도 1년 전 (14조 8천700억 원)에 비해 무려 56.3% 급감했으나 전분기 (6조 2천300억 원)보다는 4.3% 증가했습니다.
전분기 대비 증가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 (17조 5천700억 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10조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증권사 전망치 평균 (약 6천600억 원)을 비교적 큰 폭으로 웃돈 것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깜짝 실적 상승)'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에서 "당기 실적에는 디스플레이 관련 일회성 수익이 포함돼 있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습니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11.6%로, 전분기 (11.9%)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지난 2016년 3분기 (1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12조 7천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조 5천100억 원)보다 58.3%나 줄어든 것입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3조원대 초반에 머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 (13조 6천500억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물론 전분기 (4조 1천200억 원)보다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반도체와 함께 디바이스솔루션 (DS) 부문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사업은 '일회성 수익' 덕분에 전분기 적자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미국 애플이 아이폰 판매 부진 탓에 플렉서블 올레드 패널 수요가 줄어든 데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삼성에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IT·모바일 (IM) 부문은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평균판매단가 (ASP) 하락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전분기보다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소비자가전 (CE) 부문은 실적이 다소 개선됐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6조 원대에 그친 데 대해 '바닥을 다졌다'는 낙관론과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전세계 IT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갤럭시폴드와 갤럭시노트10 등의 출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곡선이 다시 위쪽으로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낙관론의 근거입니다.
반면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고, 미중 통상전쟁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가 겹치고 있는 것은 부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인 변수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라면서 "그러나 실적 측면만 보면 2분기가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