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22년 전 시작된 봉준호 감독과의 역사를 회상했다.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송강호는 최고의 영화 동지로 꼽히는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송강호는 "세간에 알려진 정보와 다른 게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봉준호 감독과는 오디션으로 만난 건 아니다. 미팅 자리였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은 영화 '모텔 선인장'(1997)이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의 연출부였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이 까까머리 시절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당시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지구를 지켜라', '1987' 연출)감독이 그 영화의 연출부였는데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초록물고기' 속 내 연기를 보고 '저분은 누구시지?'라고 궁금해했다더라. 내 연기를 좋게 봐준 게 고마워 인사라도 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는 두 분이 참여한 영화가 '모텔 선인장'인지도 몰랐다. 당시 만남 때는 '모'자도 안 꺼냈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라고 하면서 헤어졌다. 그때 한참 영화 '넘버3'를 촬영하고 있는 상황이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헤어졌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그때는 핸드폰이 아닌 삐삐 시절이었다. 삐삐에 녹음된 메시지를 공중전화로 확인하는데 봉준호 감독의 그 특유의 예의 바르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지금은 인연이 안되지만. 나중에 인연이 된다면 작품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더라. 메시지를 들으면서 "이 양반을 작품으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와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뭐가 되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기쁜으로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1997년,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과정은 창대하게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두 사람은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첫 호흡을 맞춘 뒤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에 이르는 4편의 작품에서 손발을 맞췄다.
그리고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페르소나인 송강호에 대해 "작품 자체의 성격이나 느낌을 규정짓는 힘 같은 게 있다. 범인이 잡히지 않는 채로 영화('살인의 추억')가 끝나도,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나도('괴물') 그 상황이 설득되게 만든다. 이는 시나리오 작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분을 생각하고 썼을때 제가 좀더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라고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기생충'은 개봉 4일 만에 전국 3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