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유족이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다.
22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권씨의 어머니는 전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하룻밤 새 사라진 수술실 CCTV 설치법,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는 현재까지 713명이 참여했다.
권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사망했다.
유족이 수술실 CCTV 장면을 확인한 결과 권씨를 수술하던 의사는 당시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다가 권씨의 수술실을 나갔고, 권씨는 지혈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됐다.
권씨의 유족은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기 위해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이 담긴 수술실 CCTV 영상을 500번 이상 보았고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하지만 병원의 실체를 CCTV 영상을 통해 알게 됐고, 수술실 CCTV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의 인권은 처참하게 유린당했지만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릴레이 1인 시위도 했다"며 "최근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하룻밤 새 법안이 폐기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일명 권대희법)은 이달 14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하루 만에 폐기됐다.
공동발의에 서명한 의원 10명 가운데 5명이 법안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에 안 의원은 21일 해당 법안을 다시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는 공동발의자가 15명으로 늘었다.
환자단체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모두 공범 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사단체에 국회 입법과정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와 의료인 간 불신을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환자단체는 "의료계의 일방적 주장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며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까지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