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현지시간으로 어제(7일) 독일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해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독일 시간으로 어제 오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러시아와 중국, 시리아 등을 포함해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방문 직전인 오전 '긴급한 문제'를 이유로 일정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CNN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갑작스레 독일 일정을 취소한 뒤 '알려지지 않은 목적지'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순방에 동행한 풀 기자단도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며 그들이 향하고 있는 나라를 떠날 때까지는 관련 보도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습니다.
앞서 기자단에 따르면 모건 오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유감스럽게도 긴급한 문제로 인해 베를린 회담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면서도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 정부 당국자도 독일 방문 취소 배경에 대해 "국제적인 안보 문제"라고만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외교수장이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담을 직전에 취소하는 건 매우 이례적으로, 그야말로 긴급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미 국방부가 대이란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 중동 지역 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배치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일이라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CNN은 또한 이번 일정 취소가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위 참모들의 공공연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 언급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군사적 조치가 가능하다며 "필요하다면 그건 미국이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그제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제17차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북극은 힘과 경쟁의 지역이 됐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을 견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극이사회 각료회의 연설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 개입과 관련해 날 선 경고장을 날렸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이 나머지 유럽 순방 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핀란드 로바니에미와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그린란드 누크 등을 방문하는 유럽 순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 영국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과 만나고 내일은 그린란드에서 아네르스 사무엘센 덴마크 외교장관 등과 회담할 예정이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외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의 오늘 영국 방문 일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 이후 그린란드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