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핵무기 해체' 루거 전 美 의원 별세…"北核에 각별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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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舊) 소련 해체 이후 남은 핵무기 폐기를 이끌었던 리처드 루거 전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향년 87세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루거 전 의원이 오늘 오전 버지니아주(州) 소재 병원에서 말초 신경에 대한 희귀 자가면역 장애인 CIDP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로 작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 소속이던 루거 전 의원은 1991년 '위협감축 협력프로그램'(CTR)으로 알려진 넌-루거 법을 민주당의 샘 넌 상원의원과 함께 발의했습니다.

이 법에는 소련의 붕괴로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갖게 된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비자발적 핵보유국의 핵무기와 화학무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4년 동안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마련해 해당 국가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보유한 수천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 처리했습니다.

옛 소련의 생화학 무기 제거 역시 이 법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37기, ICBM 격납고 459개, 폭격기 128대, 공대지 핵미사일 708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96기, 핵잠수함 27척, 핵실험 터널 194곳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핵 개발에 동원된 옛 소련 과학자 등의 인력을 대상으로 전직(轉職) 훈련과 직장 알선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들이 가진 핵 관련 기술이 다른 나라나 테러단체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카자흐스탄 모델'로도 불린 넌-루거법은 북핵 해법의 하나로도 주목받았습니다.

북한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폐기하는 한편, 북한의 핵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재훈련과 재취업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루거와 넌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넌-루거법 방식이 북핵 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직접 주장했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루거 전 의원은 1990년대 초반 북핵 위기 이후 고비마다 온건 대화론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역설했습니다.

2002년 제네바 합의 파기 당시 북미 직접 대화 필요성을 부시 행정부에 주창한 의회 내 대표적인 대화론자였습니다.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에는 한국을 방문했으며, 보좌관에게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하도록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에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북핵 해법 로드맵' 입법화도 추진했습니다.

고인은 1968년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 시장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이어 1977년부터 2013년까지 36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상원 농업위원장과 외교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1996년에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바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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