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마스터스 골프, 휴대폰 'No!'…'관중'이 아닌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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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주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취재하기 위해 현지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TV 중계로만 접했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을 처음으로 직접 와 보게 됐고,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게 돼 골프 담당 기자로서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마스터스를 현장에서 경험해본 선배, 동료들이 제게 가장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 것은 바로 '휴대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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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대회 기간 동안 갤러리(입장객)의 휴대폰 사용을 절대 금지합니다. 꺼내서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아예 대회장에 입장할 때부터 휴대폰을 들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 공식 연습일에도 휴대폰은 안되고, 디카 같은 일반 카메라만 휴대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회가 개막하면 일반 카메라도 반입 금지입니다. 그만큼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될 만한 어떤 가능성조차 원천 차단하는 건데, 그건 전세계에서 온 취재진도 예외가 아닙니다. 약간의 예외가 있다면 휴대폰을 대회장에 반입은 할 수 있고, 취재진의 작업 공간인 미디어센터나 국제방송센터(IBC. International Broadcasting Center) 안에서는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서는 절대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다 적발되면 대회 취재 신분증 격인 AD카드 (Accreditation card)를 압수당하고, 심지어 퇴장당하기까지 합니다. 요즘처럼 휴대폰이 마치 신체의 일부분처럼 돼 버린 시대에 휴대폰 없이 한나절을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을 실내에 두고 나왔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안주머니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휴대폰을 못쓰게 하는 대신 대회 주최측은 골프장 곳곳에 공중전화를 설치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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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불편한 일이지만 오거스타 측의 이런 정책에 불평을 하는 갤러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있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대회의 전통을 존중하고 자신들도 마스터스의 일부분, '한 가족' 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겠죠. 마스터스가 입장객들을 여느 대회처럼 '갤러리(Gallery)'라고 부르지 않고 '패트론(Patron. 후원자)'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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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휴대폰을 못쓰게 되니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들여다볼 시간 만큼 더 선수들의 플레이를, 대회장인 오거스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함께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입니다. 그만큼 마스터스 자체를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이 마스터스가 '명인열전'이자 최고의 '골프 축제'로 불리는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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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지난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해 당당히 '우승 후보'로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로리 매킬로이 등 볼거리가 풍성한 가운데, 마스터스의 인기는 올해도 뜨겁습니다. 암표상들이 며칠 전부터 대회장 밖에 진을 쳤는데, 마지막 연습라운드 입장권 1장이 제가 지켜보는 앞에서 우리 돈 3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원래 연습라운드 티켓 1일권은 75달러, 우리 돈 8만 6천 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 티켓은 그 가격에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지난해에 엄격하게 추첨을 거쳐 배당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8만 6천 원짜리 티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마스터스의 위상과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현재 미국의 유명 온라인 티켓 거래 사이트에는 대회 전일권(1라운드~최종 라운드 관람)이 최저 7,850달러(894만원)에서 최고 15,000달러(1,710만원)까지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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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연습라운드 티켓 1일권 (75달러), (오른쪽) 대회장 밖의 암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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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선수

마스터스는 우리 시간으로 오늘(11일) 밤부터 다음 주 월요일 오전까지 펼쳐집니다. SBS와 골프전문채널 SBS골프가 전 라운드를 독점으로 생중계합니다. 출전 선수 87명 가운데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유일한데, 골프 명인들의 불꽃 튀는 열전, 그리고 우리 김시우 선수의 멋진 경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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