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정자로 인공수정' 자녀도 남편 친자식"…판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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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대법원은 송 모 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심리에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8일 밝혔다.

송 씨 부부는 송 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해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착각한 송 씨가 이번에도 부부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2014년 가정불화로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송 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 검사결과 두 자녀 모두 송 씨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1·2심은 송 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두 자녀가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해 달라는 송 씨의 소송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1·2심의 판결 취지다.

자녀의 '생후 2년 이내'가 아니라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내려면 통상적인 친생자 추정 원칙을 깰 명백한 반증이 있어야 하는데 무정자증이라는 사정은 그런 수준의 반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1·2심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부인이 남편의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1983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근거한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부인이 남편의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의 반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1983년 당시 사회환경을 반영해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 원칙을 부정할 수 있다고 본 게 당시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그러나 36년이 흐르면서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한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송씨의 사건을 계기로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송 씨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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