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학대 저지른 성직자 자료, 파손 또는 애초 미작성"


가톨릭교회의 신뢰를 훼손하는 성직자에 의한 미성년 성 학대 문제를 풀기 위한 회의가 교황청에서 열리는 가운데 성 학대를 저지른 사제에 대한 정보를 담은 자료가 파손됐거나 애초에 아예 작성되지 않았다고 독일의 한 추기경이 밝혔다.

독일 가톨릭을 대표하는 진보적 인사로 꼽히는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23일 교황청에서 이어진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회의' 셋째 날 토의에 발제자로 나서 투명성 강화를 촉구하면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끔찍한 행동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는 자료가 파손됐거나 애초에 그런 서류가 작성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의 이런 발언은 피해자 단체들이 아동을 상대로 성적 학대를 저지른 모든 성직자의 이름과 행위, 교황청의 조사 결과 등을 담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그동안 가해자 대신에 피해자가 통제받고, 침묵을 강요받는 등 피해자의 권리가 짓밟혔다"면서 "이 모든 것이 교회가 옹호해야 하는 가치와 매우 어긋나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성 추문을 덮으려는 시도가 그동안 교회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피해자가 교회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투명성과 (과거 벌어진 일에 대한) 추적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중에게 사제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 행위와 관련, "사건 조사가 얼마나 많이,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것이 교회에 대한 불신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역설했다.

한편, 미국, 칠레 등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가 과거에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행위가 속속 드러나 가톨릭교회가 전례없는 위기에 빠진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집한 이번 회의는 24일 폐막 미사와 교황의 연설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각국 가톨릭교회의 최고 의결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과 수도원 대표 등 가톨릭 고위 성직자 약 200명은 이날까지 사흘 동안 피해자의 진술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는 등 피해자의 목소리를 접하고,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교회의 책임감, 신뢰성,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교황은 지난 21일 열린 개막 연설에서 "말로만 악행을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번 회의를 통해 교회 내 미성년자 성 학대를 뿌리뽑고 이들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청은 이번 회의 종료 후 각국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 학대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후속 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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