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이 뚫어놓은 '할리우드 인연',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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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정지훈(비)은 이병헌, 배두나보다 할리우드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2008년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뒤 2009년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닌자 어쌔신'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정지훈은 국내에서도 정상 가도를 달릴 때였고 일본, 홍콩과 대만 등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 할리우드 진출은 본인의 역량과 잠재력에 힘입은 결과지만 아시아권에서의 높은 인기도 큰 기반이 됐다.

정지훈은 동양 배우가 가진 여러 한계를 노력으로 극복했다. 큰 키와 체구를 돋보이게 할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영어 학습에도 시간을 투자해 할리우드 진출의 기본 요소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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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영화 관계자의 호감도도 높았다. 워쇼스키 남매가 발탁한 동양 배우라는 점은 큰 프리미엄이 됐다. 수많은 미팅과 파티 자리에 초대됐고 빠른 시간 만에 할리우드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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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이 '닌자 어쌔신'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지금 할리우드 일급 감독이 됐다. 당시 액션 감독으로 활약하며 정지훈의 액션 연기를 극찬했던 데이빗 레이치는 ''존윅', '데드풀2'의 감독이 됐으며, 채드 스타헬스키는 '존 윅-리로드'의 연출을 맡아 흥행 감독 자리에 올랐다.

최근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밝힌 놓친 할리우드 인맥에 관한 일화에는 두 감독에 관한 것도 포함돼있다.

정지훈은 "우리 회식할 건데 한 잘할래? 영화 관계자들 모이는 파티 갈 건데 같이 갈래? 해도 다 거절했다. 관계자들이 '쟨 뭐지?' 했던 것 같다. 술자리에 가면 안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때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면 안 돼.'라고 내 자신을 채찍질하기만 했다. 그 시간에 운동하고, 노래 연습, 춤 연습에 몰두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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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에 미국 에이전트도 불만을 쏟아냈다. 정지훈은 "에이전트가 '너 이렇게 플레이할 거면 난 네 일 못 봐. 가서 사람들이랑 술도 한잔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해야 계약도 이뤄지는 거지. 이렇게 굴면 일하기 힘들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당시의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 술, 파티 등과는 거리를 뒀다. 그런 걸 즐기면 죄짓는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정지훈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과 캐스팅 계약 이후 '엑스맨' 시리즈의 오디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미 국내 영화 계약을 한 상황이라 오디션을 위해 미국행을 택할 수는 없었다. 그에겐 혹시 모를 기회보단 주연 배우의 책임감이 더 중요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의 일을 언급하는 것도 꺼려했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물론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어쩌면 배우로서의 인지도가 낮은 국내 영화계보다는 동양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할리우드에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활약할 동양계 배우를 찾고 있다.

정지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재도전을 묻는 질문에 "도전해봐야죠. 인맥도 다시 살리려고 노력해봐야 하고요."라고 답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연기자로 돌아온 정지훈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재도전해보길 기대한다.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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