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우파 국제사회의 반대와 경제위기, 외교적 고립 속에 10일(현지시간)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중남미 자유 투쟁가인 시몬 볼리바르와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모든 베네수엘라인의 이름을 걸고 취임선서를 했다고 국영 VTV 등이 전했다.
그는 "조국의 독립과 온전함을 지키고 번영을 위해 일하겠다"며 "헌법에 규정된 나의 모든 의무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식에는 오랜 우방인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일부 중남미 국가 대표단 등이 참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 세계 94개국이 취임식에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67.7%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은 우파 국제사회의 거듭된 반대와 외교적 고립 속에 취임했다.
리마그룹에 속한 미주 13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지난해 베네수엘라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은 만큼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캐나다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 14개국이 2017년 구성한 외교 모임이다.
14개 회원국 중 한때 베네수엘라에 비판적이었던 멕시코는 회동에 참석했지만 유일하게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후 페루 정부는 지난 7일 마두로 대통령과 정권에 몸담은 각료 등 고위인사에 대한 입국 금지와 금융거래를 제한했다.
미국 재무부는 하루 뒤인 8일 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베네수엘라 방송계 거물을 포함한 개인 7명과 20개 기업에 제재를 가했다.
취임식 이후에도 미국과 우파 국제사회는 마두로 정권의 재출범을 인정하지 않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두로 독재정권의 불법적인 취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부패한 정권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우파 야권이 장악한) 민주적인 국회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을 "권력 강탈"이라고 비난했다.
미주기구(OAS)는 취임식 직후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은 불법이라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19표 대 반대 6표로 채택했다.
8개국은 기권했으며 한나라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도 비민주적인 선거에 근거한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을 비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하면 추가 제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파라과이는 주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자국 외교관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우파 야권은 동력을 상실하고 분열된 상황이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취임선서를 기점으로 퇴진 운동을 다시 벌일 계획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취임했다.
유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으로 2015년 이후 국민 230만 명이 고국을 떠났으며, 올해까지 그 수가 5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석유 이권 등을 노린 미국이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우파 정권과 함께 자신을 암살하고 경제전쟁 등을 통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비난해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취임 전날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합법적이며 헌법에 기반을 둔 베네수엘라 정부의 전복을 위해 (미국) 워싱턴과 리마 카르텔(리마 그룹)의 명령에 의한 국제적 쿠데타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