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었다.
4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노력하면 누구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별한 암기법을 소개했다.
13세 고윤지 양은 43개의 이모티콘을 외우기 시작했다. 3분여 만에 전부 외운 윤지 양은 거침없이 모든 이모티콘을 순서대로 읊었다. 두 번째 실험은 30여 명의 얼굴과 이름을 짧은 시간 내에 외워야 하는 것이었다. 윤지 양은 5분 여 분의 시간 뒤에 이름과 사진을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을까? 윤지 양은 "이름의 한 글자와 사진의 특징을 연결해서 암기했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또한 "특정 장소에 의미를 부여해서 기억을 외우는 장소 기억법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장소 기억법은 '기억의 궁전'이라 불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먼저 머릿속에 집 구조와 같은 장소를 정한 다음 곳곳마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상을 배치하는 원리이다. 기억의 궁전을 따라가며 기억해야 하는 대상을 다시금 떠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기억력스포츠협회 대표 정계원 씨는 60여 개의 금고의 비밀번호 총 320자리를 외우는 미션을 시작했다. 손짓을 써가면서 외우던 정계원 씨는 12분 만에 "다 외웠다"고 외쳤다. 이어 정계원 씨는 꽉 닫힌 금고들을 무서운 속도로 열어 갔다.
정계원 씨는 "숫자를 보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역시나 "장소에 연결시켜야 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숫자에 이미지로 의미를 부여한 뒤 해당 이미지를 '기억의 궁전'에 배치했던 것.
이들과는 달리, 약한 기억력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 정현미 씨는 건망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현미 씨는 "사람들은 제가 얘기를 집중해서 안 듣는다고 한다"며 "저는 그냥 까먹어버리는 건데 그분들은 자기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이해해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작곡가 유재환 씨 역시 건망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함께 방송한 지 오래된 스테프들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가방에 든 물건을 처음 보는 물건인 양 대하기도 했다. 유재환 씨는 "의사 선생님께 상담을 받은 적도 있었다"며 "너무 불편함이 많다"고 고백했다.
유재환 씨의 매니저는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집에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유재환 씨의 일상을 고백했다. 16세인 송창우 군도 암기력이 좋지 않아 학업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이 세 명은 한 달 동안 멘토들로부터 기억법을 배우기로 했다. 멘토 중 한 명인 고혜정 기억법 강사는 "사람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며 "생소한 것은 내가 아는 것으로 바꿔야 머리에 들어간다"고 처음 보는 단어들을 내가 아는 단어들과 연결시키는 암기법을 소개했다.
이후, 송창우 군은 학원의 공간을 자신의 '기억의 궁전'으로 이용해 원소 주기율표의 대부분을 암기해냈다. 정현미 씨는 장을 봐야 하는 37가지의 물건들을 암기한 뒤, 메모하지 않고 무사히 모두 장을 보기도 했다. 기억법을 알지 못했던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정계원 씨는 "기억력은 IQ와 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후천적인 노력이 좌우한다"고 밝혔다. 기억력은 지능의 문제로 판가름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설명이었다.
(SBS funE 조연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