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외교관 선택 달라졌다…도쿄·OECD 공관 지원자 '제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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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교부의 재외공관 근무자 내부 공모에서 전통의 인기 공관인 도쿄의 주일대사관과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끕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지난달 공고를 낸 재외공관 근무자 공고에서 공관 등급 중 최상위에 있는 주일대사관과 OECD 대표부 지원자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일대사관 지원자가 없는 것은 '충격'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중국의 비중이 급격히 커진 2000년대 이전에는 '재팬 스쿨'(일본 연수를 다녀와 주일대사관 근무 경력이 있는 외교관을 통칭)이 '워싱턴 스쿨'과 함께 외교부 안에서 '쌍벽'을 이뤘고, 북미국장과 함께 외교부 양자 외교 포스트로 꼽히는 아태국장(현 동북아국장)을 하려면 주일대사관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통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례적인 '미달' 사태는 외교부의 인사제도와 젊은 외교관들의 인식 변화, 최근 외교 상황의 특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선 제도 측면에서 주일대사관과 OECD 대표부는 '가나다라'로 구분된 재외공관 등급에서 최고 중 최고인 '가1'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나머지 공관과 분리해 별도 선발 과정을 거치는 '가1' 공관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다' 또는 '라' 등급 공관으로 가게 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고 선호 공관에 지원자가 몰리고, 거기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줄줄이 차(次) 선호 공관으로 가면서 문제가 생기자 원활한 인사를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 속에 '험한 공관'에 갈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가1' 공관 근무에 도전하는 젊은 외교관의 비율이 이전과 비교할 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입니다.

주니어 외교관들이 경력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특정공관에 가겠다는 일념 아래 리스크를 안고 '가1'에 지원하는 경향은 예전같지 않고, 그 바로 아래 일반 가등급 또는 나등급 공관에 '안전 지원'하려는 경향은 좀 더 강해진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주일대사관 근무 희망자가 없었던 것은 이런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위상과 영향력이 극적으로 역전된 가운데, 우리 외교 지형상 아시아 지역내 가장 중요한 공관의 지위는 진작에 주일대사관에서 주중대사관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일 외교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있다면 모를까 단순 경력 관리 측면이라면 주일대사관의 매력이 예전같지 않은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바람 잘 날 없는 한일관계 속에서 근년 들어 위안부 합의 등에 관여했던 대일외교 종사자들이 힘들게 일하고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인사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것을 주니어 외교관들이 목도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이후 국내에서 합의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게 제기되는 동안 외교부 내 대일외교담당인 동북아 1과 직원 중 일부는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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