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메르스 이제 정말 괜찮은 걸까?

'건강염려증' 기자의 건강이야기 -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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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이제 정말 괜찮은 걸까?

이제 메르스 괜찮은 거지? 복지부를 담당하다 보니 최근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NO'다. 메르스는 언제든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중동을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동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예전과 달리 중동 여행객도 증가하면서 메르스 유행의 가능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줬듯,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 메르스를 막아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 '메르스 사실상 종료'…운이 좋았지만

더 완벽하게 메르스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확진 전 메르스 의심환자를 잘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그물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데, 우습게도 이번 메르스 환자를 걸러내는 그물 역할은 보건당국이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해냈다. 쿠웨이트에서 일하고 돌아온 60대 남성이 자신과 아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에게 설사를 한다며 병원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지인인 해당 의사는 메르스 증상일 수 있다며 병원격리시설에서 진료받도록 한 것이다. 만약 그때 그 삼성병원 의사가 아니었다면...다시 또 메르스에 감염된 남성이 다른 환자들이 가득한 응급실에 들어가 진료를 받았다면 사태는 2015년처럼 걷잡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이번 메르스가 유행하지 않고, 한 명의 환자로 끝나 메르스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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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방문+설사 6번' 놓친 검역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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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달리 정부가 환자가 방문한 병원과 경로를 시민들에게 즉각 공개하고, 밀접접촉자들을 찾아내 격리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하지만, 문제는 1차 그물인 검역대가 그냥 뚫렸다는 것이다. 중동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건강상태 질문서'를 써야 하는데 이번에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남성은 이 질문서에 쿠웨이트를 방문했고, 여섯 차례 설사를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검역관은 이 남성을 그냥 보냈다. 검역대를 통과한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남성이 검역대를 지날 때 메르스의 주요 증상인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없었다며 검역관의 판단이 잘못된 건 아니라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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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메르스 감염자 186명 중에 38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초창기 메르스가 단순히 감염력이 낮은 독감 수준의 바이러스라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중동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메르스 환자 발생수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처절한 대응 실패를 기록하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고자 정부가 메르스 백서를 만들었는데, 그 메르스 백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환자의 대부분은 중증급성하기도질환 증세를 보이고, 일부는 무증상을 나타내거나 경한 급성상기도질환을 나타낸다. 발열, 기침,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이고 두통, 오한, 인후통, 콧물, 근육통, 식욕 부진,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수반 될 수 있다. 메르스 감염의 합병증으로 호흡 부전,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 부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 감염 초기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보고된 최초의 환자는 초기 증상으로 설사와 복통을 호소했고, 이후 호흡기 증상이 나타났다 (Mailles 외, 2013; Assiri 외, 2013).

그러니까 실패를 반성하고 극복하겠다고 백서는 만들었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은 현실에 적용이 안 된 것이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부는 무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감염 초기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또, 백서에 나와 있듯 메르스 환자 일부는 초기에 설사와 복통 증상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검역대는 중동을 다녀 왔고, 설사를 6번이나 한 남성을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못했다.

● 메르스 백서에도 써 놓은 '설사' 증상 놓치고, 장관은 '괜찮다'

더 큰 문제는 보건복지부 수장의 안일한 생각이다. 지난 18일, 박능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체온이 정상인 사람인데 설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메르스로 의심한다면 하루 출·입국자 10만 명 중 의심환자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느냐", "평상시 장이 약한 분들은 수시로 설사를 할 텐데 따로 분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앞으로도 설사증상만 있는 메르스 환자는 걸러낼 방도가 마땅치 않다. 검역관은 그냥 다른 나라에 가서 이른바 물갈이 증상으로 설사를 했나 보다 하고 너그럽게 생각하면 그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처절한 심정으로 당시 메르스 백서를 만들었을 보건당국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그래도 됩니까? 박능후 장관에게도 묻고 싶다. 검역당국과 협조해 중동을 방문한 뒤 이미 메르스 초기 증상으로 알려진 설사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을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는 없느냐고. 언제나 이번처럼 운이 좋을 수는 없을 거라는 말도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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