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이 실제 사건 피해자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작돼 논란을 빚은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 유족이 영화 상영을 지지하고 나섰다.
27일 영화 '암수살인' 실화 사건의 피해자 아들이라고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네티즌은 자신을 "영화 '암수살인'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후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우선 밝혀진 다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네티즌은 자신이 201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했던 사실을 밝히며 "용기를 내어 촬영을 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서입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저는 현재 3살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아지고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남아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고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7년 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 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며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입니다"라고 영화 '암수살인'의 상영을 지지했다.
'암수살인'은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으로 김윤석과 주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앞서 실제 사건의 피해자 여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제작사가 영화화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에 '암수살인'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사는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하 '암수살인' 피해자 유가족 주장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암수살인'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의 아들입니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우선 밝혀진 다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201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피해사실에 대해서 거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을 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 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서입니다. 그래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 경찰이나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2003년 6월 어머님의 실종 이후 2010년이 되어서야 저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어머님을 잃은 뒤 제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힘든 나라였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데 가장 큰 용기를 내게 된 점이 이 부분입니다.
저는 현재 3살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아지고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남아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는 방법은 사회적인 관심입니다.
저도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놀랍습니다. 허나 제가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되기 전 조금 두려웠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주위의 반응에 대해 겁이 났습니다. 허나 방송 이후 저희 어머님을 알고 계시던 분들과 저를 아는 지인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걱정해주시고 함께 울어 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번 영화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한 번 그때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님의 제삿날이나 어머니의 생신, 일상생활을 하면서 문득 어머니의 피해 사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너무 슬프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저처럼 힘든 시간을 아직도 이겨내고 계시는 미제사건의 가족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7년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 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