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푸틴 뜻대로…지렛대 없는 터키, 시리아 휴전 압박 한계


시리아 반군 거점의 운명을 논의한 러시아·이란·터키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휴전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것은 터키에 러시아를 움직일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7일(테헤란 현지시간) 주민 300만명이 사는 이들립에서 전면적인 군사작전이 전개되면 '재앙'과 '학살'이 벌어지고, '심각한 인도주의적 비극'이 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했다.

또 이들립 군사작전으로 대규모 난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그간 알레포나 동(東)구타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망이 속출하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됐을 때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인도주의 위기 호소는 한 번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대규모 난민 사태는 터키와 유럽연합(EU)에는 심각한 문제이나 러시아에게는 역시 별 영향이 없다.

난민으로 EU 분열이 가속화 하는 상황이 푸틴 대통령에게 되레 유리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반군 거점이 시리아 전역에 분포할 때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반군 측 후원자인 터키를 끌어들임으로써 시리아 사태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반군과 시리아 국외 반정부 세력은 러시아·이란·터키가 합의한 협상 테이블인 '아스타나 회의'에 동참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몇몇 반군 지역을 '긴장완화지대', 즉 휴전 지역으로 지정하며 일시적이나마 반군의 안전을 보장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남서부 국경지역까지 요충지를 모두 장악한 현재, 러시아에 터키의 중요성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터키는 또 쿠르드 세력을 견제해야 하는 처지여서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기도 힘든 처지다.

터키는 2016년과 작년에 시리아 북서부에서 군사작전을 펼쳐 쿠르드 도시 아프린 등을 사실상 점령했다.

이는 러시아의 용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쿠르드와 협력을 놓고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는 터키는 시리아 정책에서 미국과 공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방과 마찰을 빚고 러시아와 밀월을 모색한 결과로 터키는 러시아에 대한 지렛대를 거의 상실한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모든 당사자가 휴전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제안을 거부하고 반군 조직의 투항을 요구했다.

이들립의 60%를 장악한 '급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이러한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러시아·시리아군이 이들립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립의 여러 반군 조직이 정부군의 공세에 대항해 지난달 결성한 '국가해방전선'(NLF)의 대변인 나지 무스타파는 dpa 통신에 "애초부터 3자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리라 믿지 않았다"면서 "언제나 우리 군사 대비 태세에만 의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단계적 안정화'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혀, 이들립에서 당장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하지는 않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더욱이 국경에서 가까운 지역에는 터키군이 주둔하는 12개 감시초소가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시리아군은 군사작전의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며 터키군으로부터 먼 지역부터 이들립을 차차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들립 공세와 관련,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하리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파이살 이타니 연구원은 이달 초 AFP통신에 "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알레포와 다마스쿠스, 남부 다른 지역을 탈환하는 것을 묵인했다"면서 "미국이 이들립에 대해서 반대하리라 볼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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