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터키 정상, 시리아 휴전 합의 '불발'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 이들립의 운명을 놓고 러시아·이란·터키 정상이 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담판을 벌였으나 구체적인 휴전합의는 이 자리에서 도출되지 않았다.

다만 세 정상이 '단계적 안정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당장 이들립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이 전개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다소 진정됐다.

이번 3자 정상회담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을 겨냥한 러시아·시리아군의 공격이 재개된 후 군사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열려 새로운 휴전 합의나 군사작전을 대체할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될지 기대를 모았다.

앞서 러시아·이란은 이들립에서 '테러조직'을 소탕해야 한다는 기조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군사작전을 예고했다.

터키는 주민과 피란민을 합쳐 약 300만명이 사는 이들립에서 군사작전은 민간인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며 맞섰다.

국제사회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혹시 극적인 휴전합의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테헤란을 주목했다.

세 정상은 이들립에 관해 '협력 정신'으로 함께 노력한다는 선언적 문구에 합의했다.

세 정상은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우선순위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고, 정작 이들립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내놓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들립의 민간인은 우선적이고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그곳에 있는 테러조직을 궤멸하겠다"며 군사작전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립의 테러조직이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상식을 발휘하기 바란다"며, 투항을 요구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시리아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테러조직을 소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단계적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해 알레포나 동(東)구타와 같은 대대적인 공세가 당장 시작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군 편에 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모든 무장조직에 휴전을 촉구하자"고 제안했으며, 이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반영됐다.

그러나 이들립의 60%를 장악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푸틴 대통령이 말한 '투항' 조건을 순순히 따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HTS는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 '자바트 알누스라'에 뿌리를 둔 급진 조직이다.

이란과 터키는 미국 비판에도 열을 올렸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자국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미군은 시리아에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군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 테러조직의 세력을 형성시켰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말한 '테러조직'이란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PKK)를 가리킨다.

혹시나 하는 기대 속에 열린 3자 정상회의가 구체적인 휴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러시아·시리아군이 이르면 다음 주 중에 군사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군은 이날 정상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들립에 공습을 단행.

군사작전에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이날 정상회담 결과를 볼 때 터키를 의식해 화해·조정 절차를 제시하며, 군사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엔의 시리아특사인 스테판 데 미스투라는 이달 4일 제네바에서 취재진에, 3자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10일께 군사작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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