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활력 속 묵직한 메시지 전달…'니키 드 생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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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어서 문화현장입니다. 오늘(5일)은 찾아가 볼 만한 전시와 공연을 소개해 드립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니키 드 생팔 전(展)-마즈다 컬렉션' / 9월 25일까지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과장된 듯 자연스럽게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부풀어 오른 몸으로 활짝 나래를 편 알록달록한 여인.

여체의 묵직한 존재감과 중력을 초월한 자유와 활력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나나'들입니다.

20세기 중후반 세계 미술사에 대체되지 않을 페이지를 남긴 프랑스 출신의 여성 작가 니키 드 생팔의 가장 유명한 연작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드 생팔의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127점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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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60년대 대세를 이뤘던 추상미술에 대응하며 일어난 '누보 레알리즘', 즉 신사실주의의 일원으로 분류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영역을 평생 묵묵히 일궈나간 예술가로 평가받습니다.

고딕 색채가 짙은 석고 부조에 총알 대신 물감을 채워 넣은 총을 쏘며 완성한 '사격회화'로 친아버지에 의한 성폭행을 비롯해 고통스러웠던 성장 과정의 분노를 폭발시킨 초기의 작업들에는 저항적인 에너지가 물씬합니다.

이 에너지는 짧은 말로 재단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그 자체로 치유와 해방에 이른 예술가의 야심으로 확장됐습니다.

[장윤진/예술의전당 학예사 : 밝은 작품들로만 보여지는데요. 사실 그 작품 속에는 굉장히 묵직하고 복잡한 메시지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의자 같은 일상 속의 물건부터 역사와 신화, 종교에서 발견한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작가가 살면서 접한 모든 대상을 다양한 재료와 색채로 분해하고 고유한 시선으로 재해석해낸 창작의 본질적인 즐거움과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후기의 니키 드 생팔은 20년에 걸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 자신만의 공원을 완성합니다.

스스로의 약한 모습까지 작품의 재료로 삼았던 강단으로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아름다움을 긍정한 예술가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평생에 걸쳐 작가를 후원한 일본인 수집가 요코 마즈다의 소장품만으로 이뤄져서 시공을 뛰어넘어 예술로 교류한 두 여성의 관계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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