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도 꺾은 더위…"나가기 싫다, 구내에서 끼니 때우자"

역대 최악 폭염…맛없어도 구내식당 등 '무조건 실내'로
직장인 단골 식당은 '직격탄'…음식 배달 앱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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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강타한 사상 최악의 폭염은 가장 일상적인 식생활마저 바꿔놨다.

아침 최저기온이 111년 관측 사상 역대 최고인 30.3도였다는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한 2일 시민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밖으로 나가는 대신 실내에서 적당히 끼니를 때우는 길을 택했다.

직장인 심 모(27) 씨는 "회사 구내식당이 맛이 없어서 보통 나가서 먹는데, 이렇게 더우니 어쩔 수 없이 찾게 된다"면서 "어제 11시 40분부터 줄을 서길래 오늘은 11시 30분에 일찌감치 먹었다. 이틀 연속 구내식당을 찾은 건 거의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구에서 일하는 노 모(35) 씨는 "구내식당은 사람이 너무 많고 맛이 없는데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목숨이 위험할 수 있을 것 같더라"며 "어떻게든 실내에서 배나 채우자는 심정으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회사 건물 지하 분식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 모(31) 씨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동료 2명과 함께 사무실에서 배달 앱으로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었다.

김 씨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니까 구내식당으로 많이 몰릴 것 같길래 그냥 햄버거를 시켜 먹었다"며 "회사에서 뭘 배달시켜 먹은 적은 입사 5년 만에 처음이라 '날이 더우니까 이런 짓도 한다'며 동료들이랑 웃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을 주된 고객으로 삼은 식당들은 폭염에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구 논현 먹자골목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최순자(66) 씨는 정오가 넘은 시간에도 테이블이 반 이상 비어있자 종업원에게 "오늘도 더워서 장사는 다 했네"라며 푸념했다.

최 씨는 "날 더워서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다니니까, 밥 먹으러 오지도 않는다"면서 "평소 같았으면 12시 되기 전부터 근처 직장인들이 줄을 설 만큼 많이 온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근 고깃집 주인 장기룡(44) 씨는 "점심 손님도 줄었지만, 문제는 저녁"이라면서 "퇴근하고 연탄불 고기에 맥주 한잔 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더워 버리니까 오늘도 저녁에 파리만 날릴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횟집 주인 조 모(50) 씨는 "이렇게 더우니까 나 같아도 회 생각은 안 날 것 같다"면서 "이참에 쉬어 가려고 종업원 1명은 휴가를 보냈고 1명은 저녁에 손님 없으면 일찍 퇴근시키고 있다"며 체념한 듯 말했다.

식당은 손님이 없으니 절전을 위해 에어컨 가동을 줄이고, 가뭄에 콩 나듯 식당을 찾은 손님은 더위를 식히지 못해 밥을 먹다 마는 악순환도 있었다.

정 모(31) 씨는 "외근하다가 제일 가까운 식당으로 갔는데 손님은 한 테이블도 없고 에어컨이 너무 약했다"며 "앉아있는 내내 메뉴판으로 부채질만 하며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입맛이 떨어져서 금방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배달 앱 업체들은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직장인 이 모(33) 씨는 "밖에 나가면 더위 때문에 입맛이 떨어지고 잠깐만 나갔다 와도 땀이 비 오듯 해서 샤워까지 하게 돼 번거롭다"며 "에어컨을 틀어둔 채로 배달음식을 먹으면서 TV를 보는 게 '소확행'"이라고 말했다.

박 모(31) 씨는 "더워서 부쩍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데, 최근 배달이 밀려서인지 시킨 음식이 늦게 오거나 아예 취소되는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배달 앱 업체 관계자는 "지난주 주말 기온이 38도, 2주 전 주말이 28∼29도 정도였는데 주문량을 보면 지난주 주말이 2주 전 주말 대비 17%가량 증가했다"며 "웬만한 변수로는 이 정도 변동이 새기지 않는다. 유의미한 수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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