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아깝게 놓친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32년 만의 '잉글랜드 득점왕' 기대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케인은 오늘(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대회 16강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12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조별리그 5골에 이어 16강에서 한 골을 추가한 케인은 6골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선두로 나섰습니다.
16강에서 우루과이의 벽에 막혀 탈락한 포르투갈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벨기에의 간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두 골 차로 따돌려 득점왕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갔습니다.
2017-2018시즌 EPL에서 30골을 넣고도 32골을 몰아친 무함마드 살라에게 밀려 득점왕을 놓쳤던 케인이 처음 출전한 월드컵 무대에서 득점상인 '아디다스 골든부트는' 물론 대회 최우수선수 격인 골든볼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잉글랜드 선수가 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건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게리 리네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리네커는 당시 8강까지 6골을 터뜨린 후 잉글랜드가 탈락했음에도 득점왕을 차지했습니다.
케인이 32년 만의 잉글랜드 득점왕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강력한 득점상 후보였던 호날두가 16강에서 일찌감치 짐을 쌌고, 8강 이후 대진에서도 불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득점왕 경쟁자로는 4골의 루카쿠와 3골을 넣은 프랑스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 아르튬 주바, 우루과이의 베테랑 골잡이 에딘손 카바니 정도입니다.
그러나 벨기에의 루카쿠와 아자르는 8강에서 브라질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고, 카바니는 포르투갈과 16강 경기에서 왼쪽 종아리를 다쳐 프랑스와 8강전 출장이 불투명합니다.
사실상 득점왕 레이스는 케인의 독주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6골은 월드컵 득점왕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1978년 아르헨티나부터 1998년 프랑스까지 6개 대회에서 6골을 넣은 선수가 득점왕이 됐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호나우두가 8골로 득점상을 차지한 걸 제외하고는 2006년 독일 대회 미로슬라프 클로제 6골, 2010년 남아공 대회 토마스 뮐러 5골, 2014년 브라질 대회 하메스 로드리게스 6골로 각각 최고 득점자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케인은 8강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골문을 노리고, 이 관문을 통과하면 러시아-크로아티아 승자와 4강 대결을 벌입니다.
상대적으로 험난한 대진인 우루과이-프랑스, 브라질-벨기에의 득점왕 후보들보다 유리합니다.
아울러 케인은 1966년 자국 대회 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던 보비 찰튼 이후 52년 만에 최고의 상에도 도전합니다.
지금까지 득점왕이 골든볼을 동시에 차지한 건 1962년 칠레 대회 가린샤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마리오 켐페스, 1982년 스페인 대회 파울로 로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실바토레 스칼라치 등 4명뿐입니다.
이번 대회 G조 조별리그 2차전인 파나마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무서운 골 감각을 뽐낸 케인이 원하는 타이틀을 차지할지 주목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