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경제라인을 교체하면서 민생경제와 일자리 정책에 대한 고강도 드라이브를 예고했습니다.
문재인정부 2기에 들며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성과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는 경제·고용 분야에 한층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을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각각 교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이용선 양천을 지역위원장으로 교체하며 시민사회수석으로 명칭을 바꾸고, 비서관 3자리에 대해서도 서로 자리를 맞바꾸거나 신규 임명을 하는 등 중폭의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의 전격 물갈이입니다.
그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 중심세력은 청년실업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영악화 문제에 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경제팀을 바꿔야 한다는 공세를 지속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주는 등 분배가 악화했다는 통계가 나오고 고용지표까지 나빠져 여권 내에서조차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이 시점에 경제라인이 바뀐 것을 두고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정 신임 일자리수석은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을 지내는 등 장기간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최측근 인사로 꼽힙니다.
대선 당시 1호 공약으로 일자리 늘리기를 내걸고 취임 후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최측근 인사에게 일자리 정책을 맡기면서 한층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한 셈입니다.
임 비서실장은 "정 신임 수석은 정치권에서 상당히 드문 정책통으로 인정받는 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윤 OECD 대사의 경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금융경제비서관을 거친 전문관료인 만큼, 경제 문제에서는 반드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임 비서실장은 "OECD가 강조하는 것이 포용적인 성장으로, (문재인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세 바퀴가 잘 굴러가는 모습과 같은 개념"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합하는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의 현재 경제 기조는 유지하되, 더욱 전문적 정책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홍 수석과 반 수석의 교체를 두고는 "그동안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경제라인에 대한 사실상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임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특명으로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홍 수석은 특별위원장을 맡는다"라며 "홍 수석에게 특별위원장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소득주도성장론 경제모델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해달라는 특명을 함께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경제라인 교체를 경질 인사로 볼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늘 새로운 활력은 필요하지 않나"라며 "한층 더 속도감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문재인정부 2기의 개편으로 봐달라. 인사권자의 의도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교체없이 쭉 (같이)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장 실장에 대해서는 특별한 고려가 없었다. 문 대통령도 장 실장에 대해서 언급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경제라인 교체를 비롯해 이번 인사의 폭이 예상보다 커진 데에는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책 성과 제고를 위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의도도 깔렸다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1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끄는 중추고 두뇌로, 청와대야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며 "1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이 더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속도감 있게 내자, 다시 긴장하자 (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며 "새로 활력을 부여하는 취지의 인사"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