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김 모 씨는 지금까지 150여 개 달하는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155번째 면접에서 다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김 씨처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10.7%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0년 전 7.1%에 비해 3% 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20~30대 청년층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5.7%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고통을 호소하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은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 "'노오력'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세요"…입장 바뀐 취준생과 면접관
지난 10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SBS스페셜'에서는 좋은 스펙에도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취업 시장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취준진담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직접 면접관으로 나서 중소기업의 대표와 인사 담당자를 평가했습니다.
면접이 진행될수록 취준생들과 기업 담당자들 사이에 간극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취준생들은 우선 직원들의 평균 연차 사용일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세 곳 중 한 곳의 담당자가 "회사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연차를 포기하고 있다"고 답하자, 취준생들의 시선은 싸늘해졌습니다.
특히 회사 처우에 관련된 문제가 화두에 오르자 갈등은 고조됐습니다. 기업 담당자들은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취준생을 뽑고 싶다"고 했지만, 취준생들은 "회사가 열정을 바란다면 거기에 따른 처우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또 취준생들은 "나중에 보상을 해주겠다는 회사의 앞날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며 중소기업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습니다.
■ "휴가도 못 쓰는 기업을 어떻게 가나요?"…대기업 꿈꾸는 젊은 층
중소기업은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하는 취준생들의 태도에 일부 기성세대는 '요즘 청년들은 눈이 높은 게 문제'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취준생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합니다.
3년간 취업 준비를 하다 지난 2017년 중소기업에 입사한 A 씨는 1년 만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낮은 연봉이었지만, 일하고 싶던 분야인 만큼 회사와 함께 성장할 거라는 믿음으로 A 씨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무너졌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 차이를 보여주는 통계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종사자 수가 5∼299명인 사업체의 월평균 근로 시간은 168.6시간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장보다 평균 4.2시간 더 긴 수치입니다. 또 중소기업에서는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13.5%에 불과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32.0%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취준생들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부분도 지적합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기업 직업훈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300인 이상 사업장의 92.1%가 재직 중인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300인 미만 기업의 교육 비율은 47.5%에 그쳤습니다.
■ 임금이 다는 아니다…근로 환경, 기업 문화 바꾸는 노력 있어야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 모두 해소되지 않는 현 상황을 타파하려면, 취업 시장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소득 격차뿐 아니라, 근로 환경과 기업 문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중소기업에 월 100만 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취직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임금 보전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해법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전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