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서 무가치한 공간"…그래도 책방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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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온라인서점 성장으로 동네서점이 거의 자취를 감춘 이후 최근 다시 개성 있는 독립서점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책방 주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며 나름대로 행복하게 책방을 꾸려가는 모습입니다.

그 중의 몇몇은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출간된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이후북스 책방일기'(알마)는 신촌 창전동에서 독립서점 '이후북스'를 운영하는 '황부농'(필명) 씨의 책방일기입니다.

이후북스는 2016년 3월 문을 열어 2년을 넘기며 동네서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자는 책방을 열 때부터 매주 한두 편씩 쓴 책방일기를 모아 이번에 책으로 냈습니다.

그는 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들려줍니다.

그 진실한 이야기는 책방 운영에 관해 일반적으로 품는 판타지를 깨는 측면이 크지만, 동시에 그 의미와 가치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끔 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썼습니다.

"'작은 책방'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평가하자면 거의 무가치한 공간이다. 수익 구조가 지독할 정도로 열악하다. 먹고사는 데 있어서 거의 절망적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책방에는 자본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 이야기, 재미, 응원, 연대, 자유, 성찰, 고민거리 같은 것이다." 많은 이가 궁금해하는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해 저자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처음 3개월간 "남은 돈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여줄 정도의 금액뿐"이라고.

저자는 책방 손님을 늘리기 위해 독서모임, '고양이 덕후' 모임, 영어스터디,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합니다.

당연히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잡무도 많습니다.

청소, 책 먼지 닦기, 음료 제조·판매, 주문도서 배송, 신간 입고, 손님 응대, 서점 홍보 등을 이어가다 보면 남는 시간이 없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진상' 손님들은 일거리를 더해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저자는 '어느 책방 주인의 속마음'이란 장에서 친구 목소리를 빌리는 형식으로 이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썼습니다.

"책을 보고 제자리에 못 두는 건 수전증이 있어서 그런 거야? 각 맞춰서 놓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근데 엉뚱한 곳에 두는 건 왜 그런 거야? 책방 주인 운동시키는 거야? (…) 책방에서도 음료 파는데 다른 카페서 산 음료 쪽쪽 마시며 책방 구경만 하다가 결국 빈손으로 나가는 거, 그건 예의가 아니잖아. (…) 간혹 말 짧아지는 어르신들! 내가 몇 살로 보여? 거짓말 안 하고 내 친구 아들이 고등학생이야."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역시 '책을 읽자'는 것입니다.

책방을 '이후북스'라고 지은 것도 "책을 읽은 '이후'에는 조금 세상을 다르게 보라"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저자는 좋은 책을 이렇게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을 읽으며 (나쁜) 머리를 굴려보고 아파해야 한다. 좋은 책은 아픔과 상처를 얘기하고 있으니까. 책에서 느낀 아픔과 상처가 현실에도 존재함을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고통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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