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면 브라질, 브라질하면 축구죠. 유일한 월드컵 개근(21회) 국가이고, 월드컵 최다(5회) 우승팀입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축구 종주국의 작가 데이비드 골드블라트조차 "'축구의 나라'로 정의되기에 브라질보다 가까운 나라는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브라질은 러시아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했습니다. '슈퍼 스타' 네이마르의 공이 컸습니다. 지구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네이마르는 예선에서 6골을 넣으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물론 브라질 축구를 네이마르 한 명으로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네이마르가 뛴 브라질과 뛰지 않은 브라질의 차이는 결과는 분명합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쓰러진 뒤 브라질은 독일과 준결승에서 1대 7로 참패합니다.
2016 코파아메리카
-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29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합니다.
대신 네이마르가 선택한
2016 리우 올림픽
- 브라질은 결승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꺾고 결국 정상에 섰습니다. 네이마르는 결승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했습니다.
● 숫자로 본 네이마르
1
. 몸값만 놓고 보면 전 세계 1등입니다.
- 파리 생제르맹(PSG)이 전 소속팀 바르셀로나에 준 이적료는 2억2200만 유로. 지난해 8월 3일, 세계 축구사에 최고 이적료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프로=돈'이라면 역대 최고 선수는 단연 네이마르입니다.
5
. 브라질의 역대 월드컵 우승 횟수입니다.
- 2위는 4회 우승을 차지한 독일과 이탈리아입니다. 이탈리아가 60년 만에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브라질 팬들은 사상 6번째 월드컵을 네이마르가 들어 올려 독일과 격차를 벌려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10
. '에이스'를 상징하는 네이마르의 등번호입니다.
-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가 차지해 달지 못했지만 파리로 이적하며 다시 10번을 달았습니다. 대표팀에서는 당연히 그가 10번입니다. 네이마르는 앞서 브라질 노란 10번 유니폼을 입었던 펠레가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한 선수이기도 하죠.
53
. 네이마르가 브라질 대표팀에서 기록한 득점 수입니다.
- 펠레(77골), 호나우도(62골), 호마리우(55골)에 이어 4위로 현역 브라질 대표 선수 중엔 최고입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선 4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대회를 치르며 역대 3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60,200,000,000
. 한화로 환산한 네이마르의 연봉입니다.
- 602억 원. 하루에 1억 6천500만 원을 버는 셈입니다. 여기에 광고와 각종 마케팅 사업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별도입니다. 프랑스 언론은 네이마르가 지난해 8천15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1천30억 원을 번 것으로 추산합니다.
● 소속팀 vs 대표팀…네이마르의 아슬아슬한 '밀당(밀고 당기기)'
축구 잘하는 선수를 두고는 지구촌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삼각관계가 형성됩니다. 선수는 하나인데, 뛰어야 할 팀은 클럽팀과 대표팀 두 군데이다 보니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거죠.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렇게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에 한 해 대표팀이 소속팀에 차출을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보내주기로.
네이마르 영입을 위해 2천800억 원의 이적료와 연봉 602억 원을 쓴 PSG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합니다. 축구가 거친 종목이다 보니 다칠 위험이 있으니까요. A매치 기간 네이마르가 대표팀에서 다쳐서 돌아오면 하루에 1억 6천500만 원씩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 됩니다.
해외 이적이 활발해지고, 스타 선수를 향한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단의 입김은 점점 세지고 있습니다. 돈의 힘입니다. '프로=돈'이고 '돈=의리'라면 선수 역시 클럽팀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겁니다.
게다가 국경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민족주의 의식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애국심은 강요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표팀에서의 경기를 '봉사(奉仕)'로 여기는 선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많은 대표팀의 고민거리입니다.
현역 선수 생활을 끝내기에 앞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는 스타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그런데 이 선수는 좀 다릅니다. 그의 부상을 둘러싼 PSG와 브라질 대표팀의 입장차이, 그리고 네이마르의 결정을 보면 분명히 드러납니다.
● 네이마르 부상 후 복귀 일지
2월 26일
- 마르세유와 경기. 네이마르가 쓰러집니다.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다 오른발 골절상을 입습니다. 구단은 재활 후 복귀에 3주 정도가 걸린다고 발표합니다.
2월 27일
- 네이마르의 치료법을 두고 PSG와 브라질축구협회 의견이 갈립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앞둔 PSG는 재활, 월드컵 때 정상의 컨디션을 바라는 브라질축구협회는 수술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수술을 하면 8~12주는 경기에 나설 수 없습니다. 협회는 "네이마르는 PSG소속" 이라며 "PSG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면서도 대표팀 주치의를 파리에 급파합니다.
3월 1일
- 결국 구단은 수술 결정을 발표합니다. 집도는 대표팀 주치의 호드리구 마스라르 박사가 맡기로 합니다. PSG를 대표해 제라르 사양 교수가 브라질로 함께 이동하기로 합니다.
3월 7일
- PSG는 레알 마드리드에 졌습니다. 그래도 슈퍼스타가 빨리 돌아오길 희망합니다. '4월 조기 복귀설' 등이 돌기도 했지만 네이마르 측은 "월드컵 본선 일정에 맞춰 회복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합니다.
3월 28일
- 네이마르가 없는 브라질이 세계최강 독일을 1대0으로 꺾습니다. 치치 감독은 "아직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 7대1 패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기쁨을 자제합니다.
4월 16일
- PSG가 2년 만에 리그 우승을 확정합니다. PSG는 정상에 선 기쁨을 네이마르와 함께 나누길 바랐지만 네이마르는 브라질에 머물렀습니다. 심지어 '네이마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바란다'는 소문이 확대됩니다.
5월 25일
- 네이마르가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부상 후 처음으로 대표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강도 높은 패스와 슈팅 훈련까지 소화하며 건재를 알렸습니다. 이와 같은 모습에 브라질 팬들과 PSG 팬들의 희비는 엇갈립니다.
● '파파보이' 네이마르
'축구의 나라' 브라질 사람들에게 대표팀은 무척 각별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어린 시절 브라질 대표 선수를 꿈꾸며 불우한 환경을 버텨냅니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많은 브라질인들에게 축구는 불안한 치안과 경제 등 현실 문제에서 벗어나는 해방구입니다. 대표팀을 향한 네이마르의 강한 애착도 어린 시절 형성됐을 겁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겠지요. 부상을 당했을 때, 치료법을 결정할 때, 재활 과정을 밝힐 때 네이마르의 의견은 대부분 그의 아버지 입에서 확인됐습니다.
네이마르와 아버지의 관계는 남다릅니다. 아버지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네이마르는 팔꿈치에 아버지의 눈을 그려 넣었고, 가슴에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시를 새겨놓았습니다. 그는 "내 인생을 관장하는 분은 아버지, 아버지가 내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PSG 이적도 바르셀로나에 남길 원했던 네이마르를 아버지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이마르는 지난여름 5년간 사귄 브라질 출신 모델 겸 배우 브루나 마르케지니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했는데, 그 배경에도 아버지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아버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네이마르의 소심함에 여자 친구가 질렸다는 겁니다.
분명한 건 네이마르가 이번 월드컵에서 스스로 빛날 준비를 마쳤다는 겁니다. '최고 몸값을 받는' 네이마르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를 제치고 '최고 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 그의 동료들과 감독의 능력을 따져봤을 때, 네이마르가 메시와 호날두보다 월드컵에 한 발 더 다가서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